70만원 남짓한 월급을 쪼개 5명의 청소년을 후원하고 남은 돈으로 생명보험을 들었는데, 그 보험의 수혜자 역시 불우 청소년 후원 재단. 고아로 태어나 중국집 배달원으로 가난하게 살았지만 언제나 자신보다 형편이 더 어려운 이웃에 사랑을 베푼 천사 같은 남자. 이우수씨의 이야기다. 물론 그가 처음부터 이웃에 관심을 가졌던 건 아니라고 한다. 실수로 어떤 사건에 휘말려 수감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감옥 안에서 어느 소식지의 불우 청소년 사연을 읽으면서 선행을 베풀기로 결심한 것이다. 출소한 뒤에도 그의 후원은 계속됐다. 그의 도움을 받은 청소년들은 편지를 통해 그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고, 이우수씨는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따뜻한 마음을 베풀었다. 그의 선행이 세상에 조금씩 알려질 때쯤, 그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철가방 우수氏>는 고 이우수씨의 실화를 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영화는 이우수(최수종)씨가 자장면을 배달하다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고아로 힘들게 하루를 연명해가던 어린 시절부터 감옥에 들어가게 된 어떤 사건, 불우 청소년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며 아이들을 돕는 일화까지 플래시백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그의 삶을 펼쳐낸다. 덕분에 한 사람의 일생의 주요 순간을 확인하는 데 부족함이 없으나, 생전 그가 이웃을 도우면서 가진 고민까지 심도있게 담아내진 못한 것 같다. 1시간4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소화하기에는 너무 많은 주변 인물을 조금 쳐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착한 영화지만 그게 아쉽다면 아쉽다. 그 점에서 <철가방 우수氏>는 영화보다 TV 단막극 혹은 TV 재연극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이우수를 연기한 최수종은 <키스도 못하는 남자> 이후 거의 18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