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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 업] 당신을 울게도 미소 짓게도 할 영화
2012-11-27
글 : 주성철
<심플 라이프>의 유덕화

<심플 라이프>는 홍콩의 유명 영화제작자 로저 리와 그를 평생 아들처럼 돌본 한 가정부의 실제 이야기를 애틋하게 그리고 있다. 홍콩과 중국 본토를 아우르는 대스타 유덕화는 평소의 화려함을 벗어던지고 너무나 인간적인 모습으로 돌아왔다. <보트 피플>을 필두로 허안화의 영화를 통해 배우로 태어난 것이나 다름없는 유덕화로서는 꿈만 같은 여행이었을 것이다. 장르영화의 스타가 아닌 평범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그에게 서면으로 <심플 라이프>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보트 피플>(1982), <극도추종>(1991) 등 아주 젊었을 적부터 허안화 감독과 함께했다. 당신에게 허안화 감독은 어떤 존재인가.
=허안화 감독은 내게 일상적이지 않은, 특별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감독이다. <심플 라이프>에는 일상적인 장면들이 많기 때문에 감독님은 특히 다큐멘터리적인 요소를 굉장히 많이 표현했다. 주인공들의 감정이 넘치지 않게, 조용히 일상을 관찰하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우는 장면이 없다. 감독님도 나에게 나 자신의 모습에서 나오는 감정들로 현실적인 연기를 하도록 요구했다.

-영화에서 사람들이 수수한 옷차림의 당신을 에어컨 수리기사나 택시기사로 착각하여 웃음을 주는 장면이 있다. 실제 톱스타로서 그런 장면의 느낌은 어떤가.
=시나리오가 꼼꼼하게 쓰여졌고, 나는 시나리오 그대로 따라가며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 연기했다. 실제로 로저가 그렇게 수수하게 옷을 입는 편이다. (웃음) 그리고 영화 속 장면 중 내가 아타오(엽덕한)와 함께 시사회에 참석하는 장면이 있는데, 실제로 나도 부모님을 내가 출연한 영화의 시사회에 초대한 적이 있다. 부모님도 아타오처럼 그날 한껏 꾸미고 나오셨던 기억이 나서 연기하는 내내 애틋했다.

-가정부를 연기한 엽덕한과는 과거부터 수많은 작품을 함께했다. 두 사람의 오랜 인연이 궁금하다. 그리고 엽덕한과 함께 출연한 작품 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다면.
=엽덕한과는 오랜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1982년 처음으로 <법외정> 시리즈와 <절대쌍교>(1992) 등을 통해 모자 연기를 했었다. 그리고 <극도추종> 이후 21년 만에 다시 <심플 라이프>에서 만나게 됐는데, 이미 많은 교류가 있었기에 자연스러운 연기를 담아낼 수 있었다. 그중에서도 아무래도 <심플 라이프>가 가장 특별한 작품이 아닐까 한다.

-당신이 살아온 인생과 영화 속 로저의 인생을 비교하면 어떤 느낌이 드나.
=영화 속 로저와 나의 인생도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이 있다. 현실에서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로저와 극중 로저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들을 연기로 표현하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결국 우리 둘 다 남자라는 공통점도 찾았다. 우린 모두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영화 속 로저와 당신이 어느 정도까지 닮았는지도 궁금하다. 로저처럼 실제로 양고기를 안 좋아하고 소 혓바닥 요리를 좋아하는지도 궁금하다.
=하하, 영화 속 로저와는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이지만, 소 혓바닥 요리는 나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리고 특별히 커피를 좋아해서 하루에 10잔씩 마시곤 한다.

-당신도 영화 속 로저처럼 중국과 홍콩을 오가며 영화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의 이런 합작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나는 여전히 좋은 이야기, 좋은 시나리오, 그리고 좋은 스탭들과 내가 감동할 수 있는 영화를 찍고, 관객에게 그 감동을 전해주는 영화를 선택한다. <심플 라이프>가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이다. 분명 중국시장에 적합한 영화인 동시에 이야기 자체가 매우 감동적이고 인간 본성의 선함을 얘기하고 있어서 모든 관객을 감동시킬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영화 속 로저가 아타오와 함께 시사회에 참석한 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길을 걸어가는 장면을 특별히 좋아한다. 그 장면에서 로저가 아타오에게 길 안쪽으로 걸으라고 하면서 자리를 바꿔준다. 촬영할 때는 몰랐지만, 영화를 보니 내가 뒤쪽으로 엽덕한의 손을 잡고 걷고 있더라. 당시 상황에 몰입하여 자연스럽게 연출된 장면이라 그런지 미처 깨닫지 못했었는데,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 중 하나다. <심플 라이프>는 관객을 울게도 만들지만 동시에 미소 짓게도 하는 영화다. 영화를 본 뒤엔 꼭 자신을 돌봐주었던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들에게 당신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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