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클로즈 업]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끌어냈다”
2012-12-04
글 : 장영엽 (편집장)
사진 : 오계옥
<레미제라블> 장발장 역의 휴 잭맨

우리가 휴 잭맨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호주의 국민배우, <엑스맨> 시리즈의 울버린, 성실하고 매너좋기로 이름난 스타…. 하지만 휴 잭맨에게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을 보면 알게 될 거다. 절망과 희망, 사랑과 헌신, 그리고 희생. 한 인간의 일생을 총망라한 이 거대한 서사극 안에서 휴 잭맨은 주인공 장발장 역을 맡아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그가 지닌 모든 얼굴을 드러내 보이려 한다. 12월19일, <레미제라블>의 세계 최초 개봉을 앞두고 그가 제작자 카메론 매킨토시와 함께 내한했다. 휴 잭맨과의 짧은 인터뷰와 기자회견을 통해 들을 수 있었던, <레미제라블>과 장발장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배우로서 장발장이란 캐릭터에 어떤 매력을 느꼈나.
=내가 가장 매력적으로 느꼈던 점은 장발장이라는 인물이 가장 낮은 곳에서, 아무런 희망도 없이 출발해 내면의 힘을 통해 자신의 시련을 초월해나가는 캐릭터라는 것이다. 빅토르 위고는 <레미제라블>을 쓰면서 장발장 인생의 변화에 대해 ‘트랜스폼’(transform)이 아니라 ‘트랜스피겨’(transfigure)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다시말해 영적인 변화까지 포함하는 단어를 선택한 거다. 이처럼 어떤 한 인물의 인생 전반에 걸친 변화를 얘기한다는 건 배우로서 굉장히 드문 기회였다.

-장발장처럼 변화가 큰 인물을 연기하려면 1인 다역을 맡을 때와 같은 노력이 필요했을 거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
=감독 톰 후퍼의 도움이 컸다. 그가 영화를 장면 순서대로 찍었기 때문이다. 19년 동안 옥살이를 하는 설정이었기 때문에, 처음엔 살을 많이 뺐다가 순차적으로 14kg까지 늘리면서 역할을 준비했다. 그리고 이건 감독의 아이디어였는데, 다리를 다친 장발장이 걸을 때마다 절룩거리도록 신발 안에 작은 자갈을 넣었었다. 캐릭터가 나이를 먹으며 신발 속 자갈도 점점 커졌다. 하지만 내면의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더 매력적이었다. 그의 내면에 접근하기 위해 위고의 소설로부터 많은 도움과 영감을 받았다. 촬영하면서는 음악과 가사가 도움이 많이 됐다. 이번 영화를 통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 끌어냈다고 생각한다.

-사전 녹음이 아니라 라이브 녹음으로 진행됐다. 실시간으로 노래를 부르는 건 어떤 기분이었나. 기존과 다른 방식의 연기를 하며 시행착오는 없었나.
=라이브 녹음이 무척 좋았다. 음이나 리듬에 얽매이지 않고 직감과 본능을 발휘해 감정에 몰입해 노래를 부르고, 그 감정을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사전에 노래를 녹음한 상태로 연기를 했다면 굉장히 힘들었을 거다. 한 3개월 전 내가 노래 불렀을 때의 연기에 맞춰 지금의 내가 다시 연기해야 하는 거니까. 물론 라이브 녹음을 하면서 어려운 순간도 있었다.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중요한 건 노래를 할 때 항상 감정이 앞서야 한다는 점이다. 절대로 ‘내가 지금 노래하고 있구나!’ 하고 의식하면 안된다.

-가장 좋아하는 <레미제라블> 넘버가 있다면.
=뮤지컬엔 없다가 이번 영화에만 수록된 신곡이 있다. <Suddenly>란 노래인데, 장발장이 사랑을 줄 수 있는 대상을 찾았을 때 느끼는 감정에 대한 곡이다. <Who am I>라는 곡도 좋아한다.

-자베르 역의 러셀 크로, 판틴 역의 앤 해서웨이와의 호흡은 어땠나.
=러셀 크로는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 <블루스 브라더스> <록키 호러 픽처 쇼> 등 4편의 뮤지컬에 출연한 경험이 있다. 그가 이번 영화에서 아주 멋진 자베르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그는 대본에 없는 내용도 많이 제안하곤 했다. 앤 해서웨이와 알고 지낸 지는 좀 됐다. 2009년 아카데미 시상식 때 호흡을 맞춰 멋진 뮤지컬 무대를 완성했었다. 그리고 그녀와 나는 같은 선생님에게 노래를 배우고 있다. 그래서 뉴욕에서 20분 간격으로 함께 호흡을 맞추며 노래를 종종 했었다. 그녀는 아주 멋지고 유능한 배우다. 사실 <레미제라블>의 첫 리허설 때 앤 해서웨이의 노래를 듣고 톰 후퍼 감독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감독님, 그냥 찍으시죠. 리허설이 필요없을 것 같네요.”

-장발장이 겪었던 감정의 굴곡을 살면서 겪어본 적이 있나.
=개인적으로 그런 굴곡을 경험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장발장이 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그와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위고의 소설을 보면 주교에 대해 거의 100페이지 정도를 할애한다. 이 주교가 작가가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인간형이 아닌가 싶은데, 장발장은 그에게 감화받아 구원받고 평생 주교처럼 이상적인 인물이 되려고 노력했다. 불가능할지도 모르는 그 무언가를 향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 더불어 자신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는 장발장의 모습에 크게 공감했다. 나도 이제 마흔넷이다. 슬슬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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