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up]
[클로즈 업] 후반작업, 상영 시스템 함께 발전해야
2012-12-25
글 : 김성훈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3D 60프레임 촬영으로 단편 <辛소림사주방장> 만든 리건 감독

인터뷰가 끝날 때쯤 감독은 본명 대신 ‘리건’이라는 이름으로 써달라고 요청했다. 본명은 이경식이었다. “이름의 기운이 너무 세다”는 점쟁이의 말을 듣고 바꾼 거란다. 리는 성일테고, 건은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총(Gun)은 아니고, 몽골의 황제를 뜻하는 칸(Khan)에서 따온 것이다.” 5년 전 그는 장률 감독의 <경계>의 조감독으로 몽골을 다녀온 바 있다. 얼마 전 그가 3D 60프레임으로 촬영한 <辛소림사주방장>이라는 단편 액션영화를 내놓았다. 3D 48프레임으로 촬영한 <호빗 : 뜻밖의 여정>보다 초당 프레임 수가 더 많은 작품이다(보통 영화보다 프레임 수가 많은 48프레임, 60프레임 촬영 모두 HFR(High Frame Rate)촬영 시스템을 뜻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 첨단기술 실험단편 제작지원작이다. 어떻게 지원하게 된 건가.
=2010년 비보이를 소재로 한 3D다큐멘터리를 준비했는데 잘 안됐다. 어느 날 평소 알고 지내던 신경원 촬영감독이 영진위 홈페이지에서 지원 공고를 봤다며 연락을 해왔다. 그가 있는 회사인 ‘2 I 디지털’(리코필름 이춘영 대표가 운영하는 3D 장비 업체)이 장비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다.

-3D 60프레임으로 찍어야겠다고 결정한 이유가 뭔가.
=3D 24프레임으로는 안되는 게 정말 많더라. 피사체의 측면 움직임이 끊기는가 하면 움직임이 빠른 액션은 화면이 번진다. 3D를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프레임 수가 60프레임이더라. 그래서 촬영감독과 함께 영상을 최대한 역동적으로 찍자고 의견을 모았다. 그래야 60프레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으니까.

-크랭크인 전, HFR 시스템 테스트 촬영 때 가장 주안점을 둔 건 무엇이었나.
=세번의 테스트 촬영을 진행했다. 프레임을 24, 48, 60으로 각기 다르게 설정하면서 그것에 따른 피사체의 움직임을 체크했다. 프레임 수가 많을수록 화면이 선명해지고, 액션으로 관객의 눈을 속이는 게 어려웠다. 그래서 캐스팅의 대부분을 무술팀으로 결정했다. 그러다보니 시나리오의 대사량을 처음의 1/3 수준으로 줄여야 했다. 액션의 합이 아닌 진짜로 때릴 것을 배우들에게 주문했다. 두 번째 테스트 촬영 때는 개각도(카메라에 들어오는 빛의 양을 줄여 피사체의 움직임이 끊기는 느낌을 주는 촬영 기법을 뜻한다. 전쟁영화에서 주로 쓰인다)를 체크했다. 60프레임 촬영을 기준으로, 개각도가 270도 이상부터 360도까지 나와야 현실적인 움직임이 나오더라. 마지막으로 편집에 드는 비용과 시간의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테스트했다. 3D 화면에 익숙해지는 최소한의 시간을 관객에 제공하는 기존의 3D영화와 달리 이번 작품은 2D처럼 편집하려고 했다.

-그렇게 준비하고 현장에 갔더니 뭐가 다르던가.
=다르다기보다 당황스러웠던 적이 있다. 60프레임 촬영은 24프레임에 비해 로케이션 촬영가능 시간이 짧아진다는 것이다. 이른 아침이나 해질녘에는 광량이 턱없이 부족했다. 하루 10시간 동안 100컷 이상 미친 듯이 찍어야 했다. 그런 식으로 6회차 촬영했다. (연기 연출은 뭐가 다르던가? 라고 묻자) 특별한 건 없었다. 다만, 입체 효과를 내기 위해 인물의 배치가 더욱 정교해야 한다.

-실내 촬영은 어땠나.
=기존의 영화에 비해 많은 광량이 필요했다. 발전차가 멈춘 적도 있었다.

-후반작업 역시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
=기존의 편집 프로그램, 툴이 24프레임에 맞춰져 있다보니 알 수 없는 오류를 많이 저질렀다. CG 역시 보통 영화가 프레임당 24장을 작업해야 한다면, 3D 60프레임은 좌우 각각 60장씩, 총 120장을 작업해야 했다. 무려 5배나 많은 숫자다. 색보정 역시 좌우 각각 10만장씩 총 20만장의 프레임을 작업했다. HFR 시스템이 상용화되려면 후반작업 공정이나 극장 상영 시스템이 그것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구>(2003), <태풍>(2005), <경계>(2007)의 조감독으로 활동했다.
=<경계>가 끝난 뒤 건강이 안 좋아져서 5년 동안 쉬었다. 쉬면서 8편의 시나리오를 쓰고, 60여개의 아이템을 준비했다.

-<辛소림사주방장>을 본 스승들의 반응은 어떠했나.
=이윤택 감독은 “이야기에 재능이 있는 만큼 어떤 장르를 하든 잘할 거”라고, 곽경택 감독은 “나도 아직 3D는 안 해봤는데, 너는 확실히 액션이 맞는 것 같다. 앞으로 치열하게 작업해라”고 해주셨다. 장률 감독은 “잘했네” 하시면서 “내 눈에는 좀 어지럽다”고 귀띔해주셨다.

-차기작은 무엇인가. 앞으로 계속 3D 작업을 할 생각인가.
=국내 최초의 시각장애인 아나운서인 이창훈 아나운서(KBS)를 다룬 작품이 될 것 같다. 제목은 <블라인드 앵커>다. 이 영화를 준비하던 중 <辛소림사주방장>을 촬영한 것이다. 이걸 다시 진행할 생각이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앞으로도 3D 60프레임 작업을 하고 싶다. 그냥 3D가 아닌 HFR 시스템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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