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쨌건 이번에 장삼건설의 회장으로 뽑히셨고, 사실 지면을 채워야 해서 일 때문에 억지로 나온 인터뷰입니다. 필요한 얘기는 알아서 직접 해주세요. 어차피 무식해서 버벅대는 거 아니까 애드리브칠 생각은 마시고요.
=아닙니다. 이렇게 찾아주시고 들어주시고 사진도 찍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직원 여러분의 압도적인 지지로 이렇게 다시 우리 박씨 가문이 귀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노씨 가문, 문씨 가문, 안씨 가문보다 우리 박씨 가문이 무조건 무조건이야~.
-잠시도 웃음을 참지 못하고 정말 신나셨군요. 아무리 조폭 가문이 무슨 유령 건설회사 하나 차려 기업인 행세를 한다 해도 조폭은 평생 조폭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저랑 스무고개 하시는 것도 아니고 말씀이 좀 지나치시네요. 참는 것도 인내가 있어요. 제가 머리는 비었어도 성깔은 있다고요. 일단 주문부터 하시죠.
-주문은 됐어요. 그냥 당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불량식품이나 먹을랍니다. 나 지금 당신과 인터뷰를 한다는 것 자체가 멘붕이니까 그냥 아무 얘기나 지껄여보세요. 인터뷰 분량은 채워야 하니까.
=그래도 저는 우리 회사 사람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임기 5년의 회장 자리에 오른 사람입니다. 예의를 지켜주시죠. 물론 특정 부서 사람들이 저를 좀 팍팍 밀긴 했지만.
-옛날부터 우리 회사를 망쳐온 그 부서 사람들 전부 폭파시켜 날려버리고 싶어요. 회사를 이렇게나 망쳐먹었으면 책임을 질 것이지 어디서 뻔뻔하게, 그리고 이제는 출근도 안 하고 일도 안 하는 은퇴한 늙은 직원들이 왜 그렇게나 당신을 좋아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요. 결국 고생하는 건 회사에 남아 있는 우리인데 염치도 없지, 젠장.
=하긴 그분들이 10년 전 회사를 설립한 우리 아버지가 대장이었던 쓰리제이파의 열렬한 지지자들이셨죠. 매일 야근에 잔업에 온갖 착취를 당해도 좋아하더니 그 고결한 거지의 품격이 어디 가겠어요? 다들 그렇게 착각 속에 사는 거죠 뭐, 후훗. 아무튼 앞으로 모든 사무실에 우리 아버지 사진을 걸어놓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가문은 귀환했고 쓰리제이파의 다른 삼형제가 호시탐탐 또 회사를 노리고 있다는 건 아십니까? 아니 장삼건설의 현재 주가지수라도 아시나요? 코스피니, 코스닥이니, 탄소배출권이니 그런 거 과연 알기나 하세요? 직원들의 반값 회비 그런 거 다 거짓말이잖아요?
=그래서 그런 거 배우려고 회장이 되려고 한 거 아닙니까. 앞으로 열심히 공부할게요. 지켜봐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