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x&talk]
[윤태호] 삶에서 완생이란 없다
2012-12-28
글 : 신두영
사진 : 오계옥
<미생: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내부자들>의 만화가 윤태호

상사맨이 되고 싶다. 취업을 하고 싶다. 대기업이라고 겁낼 필요도 없다. PT가 입사시험에 포함되어 있다고? 그렇다면 더 의욕충전이다. 윤태호의 <미생: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이하 <미생>)를 봤기 때문이다. <미생>에는 직장 생활의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어떤 자기계발서보다 낫다. 또한 <미생>에는 모든 회사원의 애환이 녹아 있다. 엄마를 기다리는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우르르 뛰어나오는 장면(21수)을 보고 코가 찡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반면 윤태호는 한국사회를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면을 다루는 <내부자들>도 연재했다. 2012년 대선과 함께 종지부를 찍을 이 웹툰은 <미생>과는 다른 결을 품고 있는 듯하지만 결국 한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는 윤태호다.

Profile

1988 허영만 문하로 만화계에 입문 1993 <비상착륙>으로 데뷔 1997 <연씨별곡> 1998 <야후 YAHOO>로 문화관광부 오늘의 우리 만화상 수상 2001 <로망스> 문화관광부 대한민국 출판만화대상 저작상 수상 2009 <당신은 거기 있었다> 2010 <이끼> 문화관광부 대한민국 만화대상 우수상, 부천만화대상 일반만화상 수상 2012 <미생: 아직 살아있지 못한 자>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만화부문 대통령상 수상 2012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로 재직

-<미생>의 인기가 엄청나다. 실감하고 있나.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대통령상을 받은 건 그런 줄 알겠는데 놀라운 건 4권까지 나온 <미생> 단행본이 <이끼>의 총판매량을 넘어섰다. “우와” 했다. 만화가들은 끼리끼리 만나니까 인기를 잘 모른다.

-<미생>은 3년을 준비한 작품이라고 들었다. 처음부터 바둑과 직장 생활을 접목시키는 컨셉이었나.
=그렇다. 출판사에서 그렇게 제안을 했었다. 처음에는 ‘고수’라는 가제가 있었다. 기본적으로 그런 걸 별로 안 좋아한다. 한 분야의 고수가 다른 분야에 일갈하는 컨셉으로는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고민은 되는데 해결점은 없으니까 한국기원만 왔다갔다했다. 내 생각에는 바둑만화 냄새가 많이 나면 분명히 안될 것 같았다. 그런 고민을 하던 차에 한국기원이 운영하는 ‘오로바둑’이라는 온라인 바둑 사이트의 손정수 상무님이 조언을 해주셨다. 제발 바둑만화에 바둑이 많이 안 나왔으면 좋겠다는 거다. 만화에 기보가 들어가고 하면 망하는 지름길이라고도 했다. 그 말을 듣고 ‘아,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도대체 회사원들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하지 고민했다. 맨 처음에 <이끼> 영화판권 계약을 한 렛츠필름의 김순호 대표와 이야기를 하다가 아직 테마를 못 잡았다고 하니 이분이 마인드맵을 짜줬다. 이 작품이 왜 필요할까, 샐러리맨들이 할 말이 많다는거다. 왜 그 사람들이 할 말이 많을까, 학대당하는 느낌, 자기 삶이 훼손당하는 느낌이 있을 거다. 집에 돌아가고 싶어서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고 싶은 건 아닐까. 너무 쉬운 문장이라서 그냥 넘어갔는데 이분이 그렇게 얘기하니까 알게 됐다. 그때부터 감이 좀 잡혔다. 그때가 계약하고 2년 반 정도 지났을 때다.

-연재를 시작하고도 불안했다고 들었다.
=강풀 작가가 “형, 진짜 왜?” 그랬다. 강풀 작가는 워낙 안목이 있으니까 지금이라도 계약금 돌려줘야 하나 싶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바둑을 다시 중심에 놓기는 싫었다. 바둑은 매력이 있다. 바둑에는 사활, 단수같이 삶에 접목시키면 매력적인 용어들이 굉장히 많다. 이게 재밌을 것 같았는데 뭐가 그렇게 불안한 건지 가만 생각해보면 샐러리맨이라는 아주 많은 층위의 독자들이 공포의 이유였다. 그들은 샐러리맨 생활의 전문가고 나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전까지 출판사하고만 상대했는데 항상 편집장, 편집부장 등 부장님이 있었지 과장님은 만나보지 못했다. 그래서 과장이 높은지 부장이 높은지도 몰랐다. (웃음)

-샐러리맨들의 삶에 대해 조언을 해주는 취재원들이 있다고 알고 있다.
=여러 회사의 공식적인 취재 라인으로는 다 거절을 당했다. 어찌어찌 알게 된 분의 남자친구가 종합상사에 다니고 있다고 했다. 우연히, 나는 우연이 아니지만 합석을 하게 됐고 그때부터 술자리만 있으면 끼어서 이야기 듣고 질문지도 준비했다. 내 목표는 이거였다. 아주 훌륭한 학생이 되자. (웃음) 모르는 거 있으면 나이가 많아도 부끄러워하지 말고 다 물어봤다. 또 페이스북에서 기업 홍보 전문가와 친해져서 신입사원 입사 PT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미생>의 소름끼치는 디테일은 그런 취재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인가.
=불가능하다. 사소한 것들을 물어본다. 이분들은 거대한 틀을 먼저 설명하려고 하는데 PT를 할 때, 어이없었던 사례는 뭐가 있었나, 이런 질문을 한다. 기준점을 낮추면 이해가 생긴다. 잘하는 것은 약간 판타지로 가도 된다. 핵심은 실수를 어떻게 그럴싸하게 만들 것인가다. 실수를 황당하게 그리면 “또 만화적 과장 들어가네” 이런 말이 나온다. 댓글에서 “이런 실수 흔해요”라고 누군가는 써줄 만한 사례를 물어봤다.

-댓글을 꼼꼼히 보는 것 같다. 댓글이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는 편인가. 박 과장이라는 악인의 등장도 댓글의 영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악인이 나와야 하는데 언제 나와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댓글에 “이런 회사 없습니다, 이런 상사 없습니다, 이런 팀 없습니다”라는 댓글이 하도 많이 달려서 취재 도와주는 분들에게 이때쯤이면 나와도 될까 물었더니 나와도 한참 전에 나왔어야 한다고 하더라. (웃음) 그리고 박 과장의 비리를 캐낸 “요르단 건을 장그래가 속한 영업 3팀이 다시 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하고 물었더니 작살난다고 했다. 비리사건에 연루된 어떤 사업을 적발한 팀에서 가져갔다가는 많은 말을 불러일으킬 수 있고 잘해도 욕먹는 상황이 될 거라고 했다. “그래도 전 하고 싶은데요”라고 했더니 “왜 하고 싶은 거죠?”라고 다시 묻더라. 그래서 회사나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한 사람 때문에 모욕받는 느낌이 들 것 같다고 했다. 그랬더니 “모욕이라고요? 아, 그거 좋은데요”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내가 장그래의 눈높이에서 자꾸 물어본다.

-‘중동항로…’ 용어 줄이는 에피소드 마지막에 보면 장그래가 문구점에 가서 원래 문장과 줄인 문장을 코팅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걸 보면서 아, 이건 윤태호의 감성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음)
=아무래도 내가 배워가는 만큼 장그래도 성장한다. 그래서 그렇게 보일거다. 취재 도와주는 분들한테 풀어쓴 문장과 축약된 문장을 달라고 했다. 장그래는 용어에 대해 무릎을 꿇어야 할 때가 온 것 같았다. 2주간 고민을 한 문장을 받았다. 그런데 축약된 문장으로 가는 과정은 내가 알아서 해야 했다. 결국 내가 성장하는 만큼 장그래가 성장할 수밖에 없다. 그 에피소드가 성취감이 가장 컸다.

-요르단 대사관 취재는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궁금하다.
=<미생>은 장그래가 회사 내에서 어떻게 배우고 성장하느냐가 핵심이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선배도 많은 사람들이 건너뛰는 부분을 장그래는 하나하나 다 체크하는 아이로 만들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요르단 대사관에 전화를 걸고 대사를 만나는 내용이 나온 거다. 취재를 하려고 먼저 요르단 대사관에 전화를 했다. 그런데 요르단 대사님이 내가 전화하기 전날 어떤 변호사에게 <미생>이라는 만화에 요르단 이슈가 나오고 있다는 말을 듣고 사무관에게 윤태호 작가를 초대하라고 했던 참이었다. 전화를 받은 사무관이 기막혀 하면서 대사님한테 바로 말씀드렸고 대사관저에 초대받았다. 대사관 사진을 찍게 해주었고, 한국어 <꼬란>도 보여주시고, 심지어 외교문서 기입법도 알려주고 촬영을 허가해줬다. 숫자 쓰는 법도 다른데 그런 사소한 것까지 알려줬다. 아, 그리고 <미생>에 KOTRA(대한무역진흥공사)가 나온다. 그랬더니 코트라에서 메일이 왔다. “저희 기관을 너무 잘 다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런 내용이었다. 사장이 임원회의에서 감사의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해서 곧 만나러 간다. (웃음) 또 한국무역보험공사 이런 데에서도 연락이 왔다. “요르단 건을 감명 깊게 봤는데요. 팁을 하나 드리자면, 모든 사업에는 보증보험을 들어야 합니다.” 그러면서 “저희 회사도 한번 다뤄주시면….” (일동 웃음) 정말 이게 뭔 일이냐 싶었다. 처음에 인기를 실감하냐고 했는데 절대 만화 한편 안 볼 것 같은 분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 “와아” 하는 거다.

-<미생>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온라인 <한겨레> ‘hook 훅’에 연재하는 <내부자들>이라는 정치만화도 있다.
=<내부자들> 하면서 반성을 많이 했다. 술자리에서 정치에 대해 비난하고 욕하는 수준은 안된다는 거다. 방송에 나와 정치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내적인 식견이 있는지 우리는 모르지 않나. 어떤 면으로는 정치를 또 다르게 소비해버리는 한축이 됐나 하는 반성이 됐다.

-<내부자들>을 <미생>보다 먼저 시작했다. 국회의원, 언론인, 기업가, 조폭 등이 얽힌 이야기로 <미생>과는 색체가 아주 다르다. 그림부터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이끼> 끝나고 나서 그런 패턴의 그림을 그리기가 지루해졌다. 세게 바꿔보자 해서 나온 게 <내부자들>의 그림이다. 얼굴에 먹칠을 세게 집어넣고 빛 이런 거 상관없이 먹을 쓰고 했는데 허영만 선생님이 “야, 그림 너무 괜찮다”고 말씀을 하셨다.

-<내부자들>과 <미생>을 굳이 비교하자면 <내부자들>은 완생을 한 사람이 파멸하는 형국이라고 봤다.
=기본적으로 완생은 없다. <내부자들>에서 완생을 한 사람이 있다면 그 자체로 완벽해야 한다. 내가 생각할 때 삶에 있어서 완생은 없다. 그 돈 많고 권력있는 기업의 오너가 뭐가 부족해서 그렇게 살고 있을까, 결국 미생이다.

-<내부자들>은 당시의 이슈를 직접적으로 다루기도 한다. 원래 컨셉이 그랬나.
=원래는 현실 정치 전반을 이야기하려고 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이슈에 몰입한 게 있다. 그러면서 초반에 잡았던 컨셉, 정당이름을 바꿨던 것 등이 무색해졌다. 중반쯤 연재했을 때 누가 댓글을 달았다. <내부자들>이 어떤 면에서 악의적인 게 아니냐는 거다. 상황 자체를 왜곡하는 게 아니냐 했을 때 내가 정치를 모르고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어쨌거나 감이 먼 정치 이야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내부자들>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지는 않지만 스스로도 정치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활동들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창작의 자유, 참 막연한 이야기였는데 사실은 많이 침해를 당하고 있다. 뭐 하나 그리려고 해도 걱정된다는 말을 주변 사람들한테 들어야 한다. <내부자들>을 초반에 연재할 때는 아내 친구들이 전화해서 걱정할 정도였다. 막연하게 느끼는 공포감은 이명박 정부가 역대 최고인 것 같다. 거의 전두환 정권 때와 비슷하다. 이건 너무 불쾌하다는 생각도 들고 나이가 나이다 보니까 그래도 작은 역할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이끼> 이후에 영화 판권 계약이 쏟아졌을 것 같다. <내부자들> <미생>의 경우에는 어땠나.
=<내부자들>은 계약이 되어 있다. <미생>은 드라마쪽에서 연락이 많이 온다. <미생>은 일반적인 드라마와 다르다. 러브라인도 없고 눈에 띄게 특별한 사건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미생>의 사건이라는 건 만화적인 디테일을 빼고 나면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시시한 사건이다. 그래서 “정말 관심이 있으세요? 잘할 수 있으세요?” 하고 내가 오히려 물어본다.

-좋은 표현은 아닌데 윤태호는 한국의 아론 소킨 같다는 생각을 했다. <웨스트윙> <뉴스룸> 같은 드라마처럼 특정집단의 미묘한 갈등을 잘 다루고, <미생>의 대사,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이런 식의 가슴속에 박히는 대사를 잘 쓴다.
=<웨스트윙>은 시즌1 정도만 봤다. <뉴스룸>도 그 사람이 쓴 건가? <미생> 독자들이 <뉴스룸> 봤냐고 많이 물어보더라. 본 적은 없다. 이야기를 하나로 정리할 수 있는 아주 소박한 문장을 쓰는 걸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소박한데 울림은 큰 문장, 이런 걸 고민한다. 스토리 쓸 때 A4용지 하나 옆에 놓고 대사 쓰기 전에 꼭 한번 다시 써본다.

-대사와 더불어 인물들의 연기력이 좋다. 표정과 몸동작이 일급배우를 보는 듯하다.
=스토리를 쓸 때 플롯을 안 만들고 인물 성격만 만든다. ‘이 일을 왜 하지?’보다 중요한 건 ‘그 일을 누가 하지?’다. 인물에 한계를 만들어준다. 언어 습관이라든지 행동이라든지. <미생> 같은 경우 주인공은 통쾌하게 웃을 수 없는 캐릭터다. 왜냐하면 너무 큰 실패를 해봤기 때문에 크게 웃으면 자기의 과거가 하찮아질까봐 그럴 수 없는 거다. 오 과장은 절대 룸살롱에 안 가는 사람, 갈 이유를 못 찾는 사람, 그래서 회사 내에서 어려움이 있는 사람이다. 언어 습관도 만들어놓는데 오 과장은 헐렁해 보이지만 그 말에는 뼈가 들어 있어야 하고, 김 대리는 그런 상사를 모시기 때문에 상황에 대해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신입사원 장그래에게 “출소한 장기수 같다”는 얘기를 하는 역할을 기꺼이 맡는다. 절대 이 사람은 이런 일을 할 수 없다고 독자들에게 신마다 약속을 해주고, 이 사람이 그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으면 독자들은 저절로 불안감을 느끼고 갈등을 알게 된다. 그러니까 꼭 주인공을 절벽에 세울 필요가 없다.

-다음 작품으로 신안 앞바다 보물선 이야기, 인천상륙작전을 얘기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인천상륙작전 이야기는 <한겨레> 토요판 지면에 연재를 할 것 같다. 신안 앞바다 보물선 이야기는 웹툰으로 갈거다. 이야기만 놓고 보면 심플하다. 성공을 했느냐 마느냐의 문제지만 담을 수 있는 이야기가 굉장히 많을 것 같더라. 유물을 건져올리면 그 사발을 누군가가 갖다 팔아야 하고 가치를 아는 사람이 필요하고 또 이 물건을 누가 사가냐, 이 그릇은 무슨 가치가 있기에 그런 것이냐 등등. 예전에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게 주인공의 시선만 쭉 따라가는 이야기였다. 선이 악을 징벌하는 식이라면 징벌할 수 없어서 세상은 부조리해, 이런 이야기였다면 지금은 왜 징벌하지 못했지, 거기에 보니 각각의 이야기가 있더라, 이런 식으로 넓어지는 것 같다. 옛날 영화나 매체는 그림자 놀이라면 요즘에는 애니메이션처럼 셀이 수십만장 있고 환등기 불을 켜면 그것의 총합이 보여지는 형태다. 이게 인생이야, 이 안에 각자의 삶이 있어, 이렇게 되는 것 같다.

-송년호라 묻는다. 당신에게 2012년은 어떤 해인가.
=내 인생에서 “아, 이걸 해야겠어”라고 했을 때 비로소 확신을 얻게 된 해라고 해야 할까. <미생> 진짜 열심히 했다. 거의 밤을 새워 일을 해도 행복했다.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취재원들에게 확인받고 그분들을 고무시켜주면서 확신을 갖게된 게 있다. 내 생각이 그렇게 마이너하지 않고 무리가 없구나, 조금 더 내 생각이나 판단을 신뢰해도 되겠구나, 이런 확신을 얻게 된 게 제일 큰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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