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영화음악은 영상이 말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말한다. 캐릭터의 내면에서도 유난히 작은 떨림이라든가 상황의 아이러니 중에서도 다소 애매한 감정이라든가. 특히 다층적이고 복잡한 이야기에서 음악은 그야말로 카메라의 다른 입이 되기를 자처한다. <범죄소년>의 음악 역시 그렇다. 이 따뜻하고 막막한 영화에 흐르는 음악은 소년 지구가 소년원에 입소하고, 할아버지의 죽음과 직면하고, 엄마와 만나고, 오지 않는 엄마를 기다리고, 엄마가 사는 집에 가고, 여자친구를 통해 엄마를 이해하고, 그러나 계속해서 모서리로 내몰릴 때마다 부드럽게, 우울하게, 체념적으로, 또한 희망적으로 흐른다.
<말하는 건축가>에서 숨어 있는 음악을 선보였던 강민우는 여기서 보다 적극적으로 음표를 다듬으며 어린 지구와 그의 젊은 엄마 효승의 현재를 보듬는다. 메이저 코드의 기타가 정의하는 엔딩의 희망적인 뉘앙스는 효승의 미소를 한번 더 강조한다. 사실 둘 모두 가족을 갖기엔 너무 어렸을 뿐 어떻게 할지 몰랐던 게 아닌가. 13년 만에 만난 아들과 함께할 ‘새로운 시작’을 꿈꾸는 게 어려워도 불가능해선 안될 것이다. 사실 어쩌겠는가, 희망이란 애초에 바닥까지 남아 있는 그런 것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