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리포트]
[시네마톡] 아이 같은 어른처럼 유쾌하게
2013-01-29
글 : 이기준
사진 : 백종헌
CGV무비꼴라쥬와 함께하는 <문라이즈 킹덤> 시네마톡 현장
<문라이즈 킹덤>의 시네마톡 현장의 김영진 평론가와 이화정 기자(왼쪽부터).

시네마톡 사상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다. 1월 23일 CGV대학로에서 열린 <문라이즈 킹덤> 시네마톡의 표가 단 일주일 만에 매진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혹시 오늘 오신 관객분 모두 웨스 앤더슨의 골수팬 아닌가. 갑자기 무슨 말을 하기가 무서워진다”며 가벼운 농담과 함께 대화를 시작했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은 영화가 끝난 뒤에도 대부분 그대로 제자리를 지켜, 이 영화에 대한 호감을 내비쳤다.

<문라이즈 킹덤>은 뉴펜잔스 섬을 배경으로, 12살짜리 꼬마 샘과 수지가 어른들 몰래 애정의 도피행각을 벌이는 내용을 다룬 작품이다. 카키 스카우트에서 무단이탈한 고아 샘과 책과 고양이를 좋아하는 외톨이 소녀 수지가 사라지자 스카우트 대장과 경찰관, 섬의 어른들은 아이들을 찾으려고 한바탕 소동을 벌인다. 물론 이 영화에서도 웨스 앤더슨의 인장은 선명하다. 아이들은 어른 같고 어른들은 아이 같으며, 배경의 풍광은 인형놀이를 위해 마련된 세트처럼 인위적인 선명함을 띠고 있다.

“웨스 앤더슨의 영화는 순수한 유희의 즐거움에 빠지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는 말로 총평을 내린 김영진 평론가는 상세한 장면들을 예로 들며 <문라이즈 킹덤>의 영화적 재미들을 짚어냈다. “이 영화에는 위트있는 숏이 많다. 그러면서 동시에 프랑스 예술영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시네마틱’한 느낌이 살아 있다. 난장판을 찍을 때에도 수평 트래킹이나 숏 구성, 컷의 연결성 등을 통해 관객이 움직임의 질감을 느끼게끔 만든다. 요즘 미국영화에는 이런 느낌이 거의 없다.” 함께 시네마톡을 진행한 이화정 기자는 이러한 평들에 대해 영화 외적인 사실관계들을 제공하며 대화에 흥미로운 요소들을 첨가했다. “웨스 앤더슨은 영화를 만드는 작업 자체를 어릴 적에 즐기던 놀이의 연장선으로 여기는 것 같다. 이런저런 영화들을 왜 만들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답들이 한결같이 ‘기차에 대한 향수가 있다’, ‘어릴 때 땅굴 파기를 좋아했다’, ‘잠수함에 대한 동경이 있다’고 하는 식이다. (웃음) 어른과의 소통 부재나 우정의 강조, 대안가족의 제시처럼 어린 시절 웨스 앤더슨이 가지고 있었을 감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두 진행자가 공통적으로 동의한 지점은 샘과 수지를 맡은 두 아역배우, 자레드 길먼과 카라 헤이워드의 독특한 매력이었다.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봐도 <문라이즈 킹덤>의 아역들은 놀랍다. 둘 다 대단했다. 이렇게 카리스마 넘치는 아역들은 근래에 보지 못했다.” 김영진 평론가가 이렇게 두 배우를 상찬하자, 한 열혈 관객은 일류스타인 성인배우들의 연기와 분량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개인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김영진 평론가는 “액션영화에서는 ‘혼자서 다해먹는’ 브루스 윌리스가 무능한 중년 남자로, 얼굴에 살짝 사이코 끼가 어려 있는 에드워드 노튼이 착하기 그지없는 스카우트 분대장으로, 카리스마 있는 하비 카이틀이 벼락 맞고 골골대는 우스꽝스런 총대장으로 분한다. 왜 굳이 이 배우들을 분량 적은 역할에 캐스팅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런 비틀기의 유머가 존재한다”며, 유쾌하지만 날카로운 한수의 대답을 던졌다. 이날의 시네마톡은 영화가 주는 따뜻한 기운 때문인지 짧지만 즐겁고 유쾌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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