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삶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치러야 하는 가장 적합한 가격은 얼마일까? 이 질문을 던진 이는 <시네마 천국> <피아니스트의 전설>로 유명한 이탈리아의 거장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다. 지난 1월1일 이탈리아에서 그의 신작 <더 베스트 오퍼>(La migliore offerta)가 개봉했다. 서서히 2월로 접어드는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탈리아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하고 있는 토르나토레의 신작은 이제껏 그가 만들어왔던 작품과 전혀 다른 느낌의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예술작품 경매 사회자 비르질 올드만(제프리 러시)이 <더 베스트 오퍼>의 주인공이다. 그는 원하는 것을 얻는 데 가장 적합한 가격은 없고, 오로지 최고의 가격으로 승부를 거는 행위만이 존재한다고 믿는다. 자신의 신념을 증명하려는 듯 일상생활에서 언제나 장갑을 착용하고 있는 그에게 어느 날 미스터리한 여인이 나타나고, 비르질이 그녀에게 빠져들며 그의 삶은 변화하기 시작한다.
토르나토레의 신작에서 엿볼 수 있는 가장 큰 변화는, 그가 스릴러를 연출했다는 것이다. <시네마 천국> <피아니스트의 전설> 등에서 볼 수 있었듯 사랑과 예술은 언제나 토르나토레의 관심사였지만 거기에 스릴러 장르가 끼어든 것이다. 이탈리아의 일간지 <레푸블리카>의 한 영화평론가는 “이 영화는 지금까지 토르나토레가 만든 영화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스토리도 단순하고 영화도 단순하다”며 “관객도 감독의 의도를 충분히 흥미롭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고 평했다. 더불어 이탈리아의 트리에스테, 볼자노, 파르마, 로마, 밀라노와 오스트리아의 비엔나, 체코의 프라하를 두루 거치며 촬영한 <더 베스트 오퍼>는 주세페 토르나토레의 첫 디지털영화이기도 하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은 “사랑과 예술은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더 베스트 오퍼>를 구상하면서 미학과 사랑의 가치를 함께 논하는 것이 흥미로워 보였다”고 말한다. 이어지는 글에서는 3년 만에 신작을 들고 찾아온 토르나토레의 더 자세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사랑과 예술의 미학을 살리고 싶었다”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장르의 영화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미스터리 스릴러라는 장르는 내게 항상 흥미로웠다. 스릴러 문법을 따르는 영화치고 재미없는 영화는 없는 것 같다. 그렇지만 이 영화는 스릴러물이 아니다. 살인자도 없고 살해당한 사람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 무슨 장르의 영화인가.
=사랑을 그리는 영화다. 사랑에 빠지는 사람이 갖는 드라마틱한 심리와 행동이 무척 흥미로웠다. 이 영화는 원작이 없지만 보기에 따라 원작 소설을 각색한 영화처럼 보일 수 있다고 본다. 사랑이 예술의 미학적인 부분과 비슷한 면이 많고 그런 부분을 살리고 싶었다.
-왜 경매 세계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
=경매와 그 세계를 공부하면서 그쪽 세계에서는 기본적인 가격이 없다는 것이 내 관심을 끌었다. 아주 중요한 작품이라도 경매에 참가한 사람들에 의해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다. 참으로 재미있는 부분이지 않나?
-이탈리아 경제가 어려워 이탈리아의 올해 1월 박스오피스가 심한 타격을 입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경제가 어려워도 영화계는 타격을 입어서는 안된다. 아니, 경제가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영화관을 찾는다. 영화는 가장 저렴한 자유시간을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자 시간이기 때문이다. 내 영화 외에도 박스오피스 순위에서 이탈리아영화 2편이 4위와 6위를 차지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