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혁(이장훈)은 갑갑하다. 아내 지연(최소은)이 갑자기 사라졌기 때문이다. 아내의 행방을 알아내기 위해 그는 흥신소에 의뢰하고, 아내를 찾았다는 얘기를 듣고 진도로 내려간다. 그곳에서 만난 흥신소 직원(김선빈)을 통해 아내가 무당이 되어 가사도라는 섬에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무당이 된 아내를 이해할 수 없었던 전혁은 흥신소 직원과 함께 배를 타고 가사도로 향한다. 한편, 낚시꾼 두명이 바다 한가운데서 낚시를 하며 궤변을 주고받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젊은 낚시꾼(권용환)이 월척을 낚았는데, 잡힌 물고기가 괴상한 소리를 내자 그들이 탄 배에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물고기>는 전혀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두 이야기가 영화의 중반부까지 교차로 전개된다.
사람은 스스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을 더 되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마주한 진실이 때로는 무척 씁쓸하거나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말이다. 영화 속 인물 역시 비슷한 상황에 처하며 머릿속이 혼란스럽다. 무당이 된 아내는 자신을 버리고 다른 누군가를 받아들여야 하는 운명에 처했다. 아내를 찾기 위해 떠난 길이지만 설명이 되지 않는 기이한 일을 겪으면서 전혁은 아내에 대한 원망을 누그러뜨리는 대신 자신을 조금씩 되돌아본다. 영화의 소재인 씻김굿이 그렇듯이 <물고기>는 누군가가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현실과 환상을 묘하게 오가며 보여주는 3D영화다. 감독이 3D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한 것 같다. 현실과 환상(혹은 꿈)의 경계가 시각적으로 단면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2D에 비해 3D는 그 경계를 보다 풍부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선택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나 2D로 찍었다면 감독의 연출이 또 달라졌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는다. <물고기>는 박홍민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