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철(연제욱)의 소원은 여자친구 수정(정다혜)과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수정의 원룸에 찾아들어간 상철은 사정을 해가며 꾀어보지만, 수정은 대낮부터 무슨 섹스냐며 상철을 내친다. 수정의 소원은 남자친구 정수(서지석)와 하룻밤을 보내는 것이다. 코가 비뚤어지도록 만취한 수정은 자신의 원룸에 정수를 불러들이지만, 정수는 예의가 아니라며 수정을 뿌리친다. 잠깐, 수정이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게 아니다. 수정은 상철과 헤어진 뒤 정수와 만났다. 그런데 상철을 만나는 수정과 정수를 만나는 수정은 딴사람 같다. 그렇다면 수정은 정수를 더 사랑하는 것인가. 그런 것 같지도 않다. 후반부에 들어서면 세 남녀, 두 커플 사이에 어수룩한 청년 석태(이상일)까지 가세한다. 비단, 석태뿐일까.
<그 여자 그 남자의 속사정>은 다섯 남녀의 어지러운 짝짓기를 교차하는 로맨틱코미디다. 극중 인물들이 유사한 상황 아래서 달리 반응하는 것을 지켜보는 건 흥미롭다. “우리 섹스할까?” 역시 누군가에겐 절대로 해선 안될 말이지만, 누군가는 꼭 해야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누군가와 저 누군가는 같은 사람이다. “연인의 만남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랑의 역사가 만나는 거라는 말이 있다. 사랑하며 배우고, 실수하고, 느끼는 것들이, 또 다른 연인을 만나면서 어떤 식으로 반복되고 변형되는지 지켜보고 싶었다.” 감독의 연출 의도처럼, 댄스플로어에서 파트너를 수시로 바꾸며 춤을 추는 것 같은 설정이다. 하지만 복잡하게 꼬인 플롯에 많은 캐릭터를 구겨넣은 터라 인물들의 심리를 효과적으로 살려내지 못했다. 대사 중심으로만 갈등을 끌어가면서 과도한 사운드로 이를 만회하려는 부분도 적지 않게 거슬린다. 제멋대로 노는 연제욱의 연기는 그럼에도 눈길을 끈다. <로니를 찾아서> <여고괴담5: 동반자살>을 각색했던 이윤형 감독의 장편 데뷔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