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먼데이. 2000년대 중반 영국의 심리학자가 만들어낸 이 신조어(현재는 우리가 흔히 ‘월요병’이라고 일컫고 있지만)는, 사실 1월의 셋쨋주 월요일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 시기에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하며 세웠던 계획이 하나둘 실패로 돌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고, 크리스마스 기간에 사용했던 카드의 영수증은 날아오는 데다, 날씨마저 추워서 운동조차 할 수 없어 더욱 우울하고 무기력해지기 때문이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이하는 로코런던코미디필름페스티벌(LOCO, London Comedy Film Festival)은 이렇게 한해 중 ‘공식적으로 가장 우울한’ 시기의 영국인을 위해, 1월의 셋쨋주를 일부러 행사 기간으로 삼았다고 한다.
지난 1월24일 개막해 27일 폐막한 이번 영화제를 관통하는 주요 테마는 ‘여성’과 ‘극동아시아’였다. 영화제의 설립자 중 한명이자 프로그래머인 조너선 워커함은 “코미디영화의 경우, 그 어떤 장르보다 문화•지역적 색채가 많이 묻어나기 때문에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기가 오히려 어려운 편”이라고 설명하며 “영화와 ‘자막’을 함께 보기를 유독 꺼리는 영국인이 ‘극동아시아산 코미디’에 지니고 있는 편견을 깨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덧붙이며 조심스럽게 이번 영화제의 숨겨진 의의를 설명했다. 즉, 영국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극동아시아산 코미디영화를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극동아시아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계기가 될 거라는 것이다.
조너선 워커함은 지난 1월26일 픽처하우스에서 상영된 궈샤오루의 <그녀가 본 유에프오>를 이번 영화제의 두 가지 테마를 포괄할 수 있는 영화로 꼽았다. 이날 픽처하우스에는 그의 영화를 보기 위해 모인 많은 영화광들 덕에 모처럼 극장 주변에 활기가 넘쳤다. <그녀가 본 유에프오>는 어느 날 갑자기 유에프오가 나타난 중국 시골 마을의 소동극이다. 마을 사람들이 유에프오 관광산업을 하게 되며 벌어지는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자본주의와 환경오염에 맞닥뜨린 중국의 현실을 냉정하게 꼬집는다.
문화적 이질감이 나의 힘
<그녀가 본 유에프오>의 궈샤오루 감독
-<그녀가 본 유에프오>는 당신의 소설이 원작이다. 소설을 쓸 때 미리 영화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를 생각하고 쓰는 편인가.
=과거에 나는 독백이 많은 자전적인 소설들을 썼었다. 예를 들어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은 대사도 많고 언어적 은유가 많아서 영화에는 잘 맞지 않는 스타일인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예외적으로, 쓰는 동안 결국 이 작품이 영화화될 운명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캐릭터가 매우 현실적으로 살아 있고, 배경 역시 그림으로 그렸었다. 사실 나는 항상 소설 형식으로 이야기를 먼저 쓰고, 그 안에서 캐릭터들에 살을 입히는 편이다. 미리 영화 시나리오 형식으로 글을 쓰지는 않는다.
-소설이나 영화를 만들 때 특별히 염두에 두고 있는 생각이 있나.
=글쎄.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항상 소외감을 느끼곤 한다. 내가 중국인이면서 이곳 영국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럴 수도 있는데, 간혹 나는 자본주의 사회에도 사회주의 사회에도 맞지 않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이곳에서 익힌 문화적 습관과 내가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습관 사이에서도 이질감을 느낀다. 이런 감성들이 내 소설이나 영화에 묻어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당신에게 특별한 영감을 준 영화감독이나 작가가 있나.
=불가코프의 <마스터와 마가리타>, 보리스 비앙의 <세월의 거품>, 장 폴 사르트르의 <구토>는 수천번을 읽은 것 같다. 그 밖에 크리스 마커, 장 뤽 고다르, 장 루슈는 내가 실존하는 그 어떤 영웅보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