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좋아, 그럼 오늘부터 국민 안 해!
2013-02-20
글 : 주성철
<남쪽으로 튀어> 최해갑

-안녕하세요. 최해갑님 되시죠? 국민연금이 연체되어 이렇게 연락을 취하게 됐습니다.
=국민연금이 뭐 어쩌고 어째? 내가 그걸 언제 어떻게 받을 줄 알아서 내. 당장 그만둬. 소 뼈다귀로 내려치기 전에.

-하지만 고객님,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노인인구가 늘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노령, 장애, 사망 등으로 소득활동을 할 수 없을 때 기본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국민연금제도를 시행하여….
=새로운 대통령님께서 기초노령연금을 20만원이나 주신다는데 국민연금을 왜 내? 난 지금도 한달에 5만원도 안 써. 20만원 받으면 펀드도 들 생각인데?

-안됩니다. 고객님, 미래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릅니다. 국민 모두 부지런히 내일을 준비해야 합니다. 미래는 준비하는 자의 것입니다.
=이것 보세요. 시작은 반이 아니고 그냥 시작일 뿐이야. 내일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내일 하면 되지, 왜 오늘 해? 일찍 일어나는 새는 그냥 피곤할 뿐이고, 일찍 일어나는 벌레도 그저 빨리 잡아먹히기만 할 뿐이지. 부지런히 티끌 모아봐야 그냥 좀더 큰 티끌만 되는 세상, 늦었다는 생각이 들 때는 그냥 늦었으니 포기하고 살아.

-대한민국은 이제 세계 국민총생산(GDP) 순위 15위에, 무역수지로는 250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하며 세계 8위의 무역 규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국민 모두 허리띠를 질끈 동여매고 부지런히 일한 결과입니다. 아무리 힘든 난관을 만나더라도 국민 모두 힘을 합하여….
=이런 제길, 그럼 오늘부터 국민 안 하면 되잖아, 썅. 어려운 길은 길이 아니야, 그리고 왜 가? 그리고 왜 다른 순위는 모른 척해? OECD 회원국 중 자살사망률은 1위고, 국민행복지수는 34개국 중 32위니 뒤에서 3등이지. 게다가 청소년과 어린이의 행복지수는 꼴찌고.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국가의 성공과 국민의 행복이 반비례였지. 그렇게 나한테 일을 시키고 싶으면 먼저 허리띠부터 사줘. 허리띠가 있어야 졸라맬 것 아냐.

-주민등록번호라도 알려주세요. 그렇게 귀찮으시면 제가 직접 해드리겠습니다. 아무튼 당신 같은 사람을 보니 욕을 참을 수가 없네요.
=뭐? 내가 부모 욕하는 건 참아도 내 욕하는 건 못 참는 사람인데, 몰라 그리고 나 주민번호 못 외워. 그 긴 걸 어떻게 외우고 다녀? 난 외우고 다니는 번호가 4885밖에 없어, 알아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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