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에게 웨스턴 무비는 어색한 장르가 아니다. 감독의 2008년작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웨스턴 장르를 제대로 갖고 논 영화였다. 그가 하드코어(<악마를 보았다>(2010))를 돌아 다시 웨스턴(<라스트 스탠드>)으로 돌아왔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과 <라스트 스탠드>의 차이라면, 전자가 어디에도 정착하지 못하는 인간들을 다뤘다면 후자는 자신의 울타리를 지키기 위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라스트 스탠드>는 하워드 혹스로 대변되는 전형적인 서부극의 계보도를 잇는 액션영화다.
레이(아놀드 슈워제너거)는 멕시코와 인접한 미국 국경의 한 작은 마을을 지키는 보안관이다. 국경 지역이라고는 하지만 사건사고는커녕 평화롭기만 한 마을이다. 어느 날 거대 마약범죄조직의 ‘큰손’ 가브리엘 코르테즈(에두아르도 노리에가)가 형무소로 이송되던 중 부하들의 도움을 받으며 탈출한다. 헬기보다 빠른 튜닝차를 탄 가브리엘 코르테즈는 멕시코와 인접한 국경 마을로 향한다. 범죄조직의 보스가 자신의 마을로 향한다는 소식을 듣고 레이는 그를 맞을 준비를 한다.
1980년대 액션스타 아놀드 슈워제너거가 서부극에서 마을을 지키는 모습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서부극의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을 따르다가도 액션 스타로서 과거 자신의 이미지를 활용하는 모습은 때로는 유쾌하고, 또 때로는 유머러스하다. 덕분에 영화는 아놀드 슈워제너거와 웨스턴 장르 그리고 1980년대 액션영화의 여러 컨벤션을 신나게 버무리며 달려간다. 특히 다음 세대에 자신을 양보하는 어른스러운 태도도 잊지 않는데, 그건 마치 악당으로부터 마을을 지킨 뒤 유유히 떠나는 존 웨인의 뒷모습과 흡사하다. 영화는 김지운 감독의 할리우드 데뷔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