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맥클레인만의 방식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
2013-02-20
글 : 이주현

사이버테러를 다룬 <다이하드 4.0>(2007)은 <다이하드> 시리즈의 부활을 멋지게 알린 신호탄이었다. 존 맥클레인 형사는 ‘살아 있네’ 소리를 듣기에 충분했다. 6년 만에 개봉하는 시리즈 5편 <다이하드: 굿 데이 투 다이>(이하 <다이하드5>)에 대한 기대가 큰 이유다. 5편은 러시아를 무대로 핵무기라는 소재를 끌어들인다.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은 아들 잭 맥클레인(제이 코트니)이 러시아에서 중대한 범죄사건에 휘말렸다는 소식을 듣는다. 무작정 휴가를 내고 모스크바로 날아간 존 맥클레인은 우연히 테러 현장을 목격하고, 그곳에서 아들 잭을 만난다. 잭은 정치범 코마로브(세바스티안 코치)를 안전하게 빼돌리는 임무를 수행 중인 CIA 요원이다. 물론 존 맥클레인은 그제야 아들이 CIA 요원임을 알게 된다. 얼떨결에 한배를 타게 된 맥클레인 부자는 코마로브를 둘러싼 음모에 휩쓸리고, 맥클레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적과 결전을 벌인다.

영화의 초반부, ‘007’ 시리즈와 ‘본’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시퀀스들이 난데없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내 <다이하드> 시리즈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즉 주인공이 제아무리 최정예 정부요원이라 할지라도 머리보다는 몸을 앞세운다는 얘기다. <다이하드5>의 문제는 머리를 너무 쓰지 않는 데 있다. 상당한 공을 들여 완성한 게 분명한 모스크바 도심에서의 카체이싱 장면도 단순하고 과격하게 밀어붙이듯 찍은 느낌이다. 신 자체의 긴박감도 떨어지고 극적 긴장감도 조성되지 않는다. 그저 물량 공세를 자랑하는 게 목적이 된 듯한 인상을 풍긴다. 존 맥클레인의 시시껄렁한 농담과 노쇠한 육체에 대한 자조도 남발된다. 고생은 죽도록 하지만 그 고생이 덧없어 보여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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