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히어로’라는 상품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
2013-02-27
글 : 윤혜지

미래도시 슈테른빌트는 평범한 인간과 초능력을 가진 넥스트가 공존하는 도시다. 넥스트 중에서도 특히나 걸출한 여덟명은 기업의 서포트를 받게 되는데, 이 여덟 히어로들의 활약은 TV프로그램 <HERO TV>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되고, 가장 훌륭한 성과를 보인 히어로는 킹 오브 히어로로 선택된다. 와일드 타이거(히라타 히로아키)는 젊고 유망한 다른 히어로들에게 밀려 점차 입지가 좁아지는 가운데 하나뿐인 가족인 딸과의 관계도 순탄치 않다. 그 와중에 타이거는 떠오르는 신예인 버나비(모리타 마사카즈)의 들러리 격으로 새로운 포지션을 맡아 강력한 악당에 맞서게 된다.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는 대중이 히어로를 상품으로 소비하고 있음을 숨기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는 현실에서 각종 콘텐츠를 소비하는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그래서 우스우면서도 통렬하다. 대중과 기업은 광고를 붙인 히어로들을 (흡사 스테이지처럼 보이는) 싸움터에 밀어넣고 점수를 매기거나, 쇼맨십이 넘치는 애티튜드를 강요하는 등 히어로들에게 상품으로서의 미덕을 주입시킨다. 철저하게 관리되어 근사해 보이는 그들의 모습 이면엔 생활인으로서의 고민도 질척하게 따라붙지만 그 삶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다. 어쨌든 <극장판: 타이거 앤 버니>는 단순하고도 유쾌한 활극이다. 전개는 다소 도식적이고 빤하지만 슈퍼히어로들이 떼로 나오는 작품들이 대체로 그러하듯 이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 각 캐릭터들의 매력과 포지션이 분명하고 구성도 깔끔해 ‘소비’하기에 더없이 적당한 작품이다. 그 덕인지 이 작품은 2011년에 TV시리즈로 제작됐을 때부터 수많은 ‘덕후’들을 양산했고, 부가 콘텐츠는 완판됐으며, 사운드트랙은 오리콘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크게 시장을 휩쓴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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