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불법 다운로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지난 2월 말, 영국 고등법원은 6개 통신망 서비스 업체들에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 3곳의 접속을 차단하라고 명령했다. 이들 업체들은 15일 안에 고객들이 해당 사이트들에 업로드된 10개 저작권사의 파일들에 접근하기 어렵거나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10개 저작권사에는 EMI, 소니, 유니버설 등이 포함된다. 불법 다운로드의 최대 피해자인 할리우드 스튜디오들로 구성된 미국영화협회(MPAA)와 영국영화TV제작자연합 팩트(Pact)가 판결을 지지하고 나섰음은 물론이다. 3개 사이트에서 최근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영화는 <아르고>였다.
이번 판결이 지닐 효력에 대해서는 대체로 낙관적이나 일부 비관적인 견해도 있다. 낙관론의 근거는 판결에 포함된 BskyB와 버진미디어 등 6개 통신망 서비스 업체가 영국 전체 통신 시장의 94%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움직인다면 이번 판례가 불법 다운로드 문제에 대한 현실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반면 킥애스토렌트, H33T, 페노피 3개 사이트만 규제한 점은 의문이다. 이들 외의 수십, 수백만 유저를 거느리고 있는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들이 잔존하는 한 미비책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이번 판결의 의미는 각 사이트나 저작권사의 감시만으로는 저작권 침해 문제 해결이 불가능함을 인정했다는 점에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국의 영화배급업자협회도 불법 다운로드 축출을 위해 획기적인 포상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06년부터 시행된 이니셔티브 제도에 따르면, 영화관계자가 정식 프린트 대신 불법 파일을 이용한 상영을 고발하는 대가로 최고 700파운드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실제로 최근 <007 스카이폴> <다크 나이트 라이즈> <호빗: 뜻밖의 여정> 등의 불법 상영 적발에 지급된 총상금만 수천파운드에 달한다. 그러나 이니셔티브 제도와 영국 고등법원 판결이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할 수 있는 당근과 채찍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