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동(하현관)은 동래역에서 철도건널목 지킴이 일을 하고 있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수동. 매일 반복되는 일터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은 작고 쓸쓸해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동래역에 노숙자 미스 진(진선미)과 꼬맹이(박나경), 그리고 또 다른 노숙자 동진(최웅)이 찾아온다. 미스 진은 넉살 좋게 무료 급식을 엄청나게 퍼가기도 하고 역내의 TV를 자기 집의 TV처럼 채널을 돌려 보기도 하고 역내에서 꼬맹이랑 체조까지 한다. 미스 진의 입담과 행동으로 굳어 있던 수동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진다. 그들은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면서 마음도 열고 서로의 일을 걱정하고 베풀기 시작한다.
영화는 노숙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그들이 노숙자가 된 이유를 묻거나 그들을 노숙자로 만든 구조적인 원인을 파헤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힘겹게 사는 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시종일관 따뜻함을 가지고 그들을 바라본다. 그렇다고 감정을 과잉하지도 않는다. 영화는 그들의 삶을 통해 방랑하고 정착하는, 머물고 또다시 떠도는 인간 본연의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철도건널목 지킴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직업이다. 정지의 모티브는 그들이 하는 숨바꼭질 놀이를 비롯해 영화에서 반복되며 나타난다. 수동의 삶도 갈 곳을 잃고 그곳에 멈춰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발걸음만 멈추게 할 뿐 기차는 멈추지 않는다. 세상의 속도를 그들은 따라갈 수가 없다. 한번도 기차를 멈출 수 없었던 수동은 한번도 기차를 타보지 못했다는 꼬맹이와 동진, 미스 진과 같이 기차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영화의 마지막, 이제 정착을 한 듯 배달 일을 하는 동진과 학교에 가는 꼬맹이는 미스 진이 있는 동래역에 잠시 머문다. 그리고 그들은 곧 가던 길을 다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