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초호화 출연진이다. <블레이드 러너> 등에서 쌓아올린 명성을 내던지고 싸구려 영화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낮은 곳으로 임하셨던 명배우 룻거 하우어. <저수지의 개들> 이후 체중 증가와 비례하는 속도로 ‘미국 B급 액션의 큰형님’에 등극한 마이클 매드슨. 한때 지상 최강의 영장류라 불리며 이종격투기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거기에 열정과 의리의 대한민국 원조 상남자 김보성까지. <영웅: 샐러멘더의 비밀>은 ‘장난 아닌’ 캐스팅만으로도 B급 액션영화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작품이다.
거대 제약회사 사장 헌트(룻거 하우어)는 불로장생의 신약을 연구하던 중 우연히 인간의 자살충동을 자극하는 바이러스를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그는 무자비한 용병 릭(마이클 매드슨)을 사주하여 이 사실을 은폐하고 기일에 맞춰 신약 출시를 강행한다. 이를 눈치챈 한국 국정원 요원 장현우(김보성)와 러시아 특수부대팀들은 헌트의 음모를 분쇄하기 위해 제약회사의 실험실이 있는 론마이섬에 잠입한다.
이 영화는 약 500억원이 투입된 러시아/미국/한국 합작 프로젝트지만, 묘하게도 엉성한 B급 액션영화의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영화 속 사건에 비해 황당할만큼 거대한 설정, 엇갈리기 일쑤인 배우들의 감정,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는 인물들의 등퇴장, 갑작스럽게 전환되는 음향 및 영상의 편집은 보는 이의 몰입을 불허한다. 하지만 <클레멘타인>에 열광했던, ‘B급의 맛’을 즐길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는 관객이라면 이런 단점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쏟아지는 총탄 속에서도 보살님의 미소를 지으며 나긋한 목소리로 “조심해”를 속삭이는 표도르와, 전우의 시체를 묻고 “그는 비천무가 되어 하늘로 승천했다”는 골자의 산문시를 읊는 김보성의 모습은 야릇한 재미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