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하다. 국수 면발을 빼곡히 쌓아올린 뒤 한쪽 면을 누르면 오목해진다. 동시에 반대쪽은 블록하게 튀어나온다. 이런 식으로 압력에 변화를 주면서 그림을 그린다면? 금세 덩어리가 느껴지는 한폭의 훌륭한 부조(浮彫)가 탄생한다. “본격적으로 애니메이션을 해보고 싶어서 이런저런 책을 뒤지던 중 평면에 무수한 핀을 꽂아 만드는 핀스크린(pin screen)애니메이션을 알게 되었다. 그걸 보니까 어릴 때 소면 다발을 손가락으로 푹푹 누르며 놀던 기억이 떠올랐다.” 얼마 전 열린 테헤란국제애니메이션축제를 비롯한 국내외 여러 영화제에서 최고상을 수상한 <오목어>의 김진만 감독. 그는 ‘국수 면발’이라는 새로운 재료로 스톱모션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목받고 있다. 조소과 출신인 그는 “움직이면서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어서 애니메이션에 도전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단한 것을 만들겠다는 욕심보다는 즐기면서 하자고 생각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많은 상을 탄 사실보다도 새로운 작업을 할 생각에 더 즐거워 보였다. “보다 철학적인 내용을 담은 퍼펫(puppet)애니메이션이 차기작”이라고 하니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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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국제애니 그랑프리, <오목어>의 김진만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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