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할리우드를 상대로 소송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더이상 영화로 이란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지 말라는 거다. 올해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인 <아르고>의 벤 애플렉 감독도 소송에 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란을 왜곡한 영화 목록에 <아르고>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란 정부는 이번 소송의 담당 변호사로 프랑스의 이사벨 쿠탕 페이레를 선임했다. 이란 정부는 3월10일 테헤란의 한 극장에서 ‘할리우드의 불쾌한 장난’(The Hoax of Hollywood)이라는 회의를 열고 “<아르고>는 국제사회의 문화 규범을 위반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쿠탕 페이레도 “<아르고>처럼 이란의 이미지를 왜곡하는 할리우드영화에 맞서 이란을 변호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란 정부와 쿠탕 페이레는 앞으로 이란혐오증(Iranophobia)을 확산시키는 영화를 제작한 감독과 프로듀서들을 국제 소송에 부치는 구체적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편 이란이 쿠탕 페이레를 변호사로 선임하자, 그의 신상에 사람들의 관심이 쏠렸다. 반시온주의자인 쿠탕 페이레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악명 높은 테러리스트 일리치 라미레스 산체스(일명 카를로스 자칼)의 부인이다.
이란 정부는 <아르고>뿐 아니라 <300> <솔로몬의 딸> <더 레슬러>도 이란의 국가 이미지를 왜곡한 영화로 꼽았다.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페르시아(이란의 옛 국호) 100만 대군과 스파르타 용사 300명의 전투를 다룬 <300>을 두고 “이란을 모욕한 영화”라고 비난했다. 이란에 억류된 미국인 여성 이야기인 <솔로몬의 딸>은 이란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더 레슬러>는 이란 국기가 찢기는 장면이 나온다는 이유로 소송 대상이 됐다.
실제로 이란이 소송을 진행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미국과 이란의 정치적 갈등이 문화로까지 확산될 조짐은 분명해 보인다. 1979년 이란에서 일어난 미국대사관 인질극 사건을 다룬 <아르고>는 이란에서 아직 정식으로 개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