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터뷰]
[주성철의 가상인터뷰] 흑인은 노래만 잘하는 게 아냐~
2013-03-27
글 : 주성철
<장고: 분노의 추적자> 장고

-안녕하세요. 흑인 장고가 되어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
=오리지널 장고 형님은 느려도 너∼무 느려. 매일 느릿느릿 관이나 끌고 다니시고 말이야. 전에 보니까 버스전용차선으로 그렇게 지나가시더라고. 뒤에서 차들이 빵빵거리고, 도로가 난리가 났더구먼. 하지만 힙합과 함께라면 얘기가 다르지. 부처 핸섬, 에이요, 장고도 이제 좀 달라져야 돼.

-흑인 장고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군요. 캘빈 캔디(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흑인 노예들에게 알렉상드르 뒤마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이름을 갖다붙이는 것을 보고, 킹 슐츠 박사(크리스토프 왈츠)가 뒤마가 바로 흑인이라고 얘기해주는데, 그게 사실인가요?
=물론. 소설 <삼총사> <몬테크리스토 백작> <철가면> 모르는 사람들이 있을까. 뒤마는 프랑스 귀족 아버지와 아이티 출신 흑인 노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흑인 혼혈 사생아지. 우리가 노래와 스포츠만 잘하는 게 아니라고.

-사실 캘빈 캔디는 내내 당신을 무서워한 것 같아요. 그래서 계속 망치를 들고 있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요.
=좋은 지적이야. 본격적으로 흑인 건맨들을 등장시킨 <파시>를 보면 흑인 무리 속의 백인인 지미(스티븐 볼드윈)가 이런 얘기를 해. “사실 백인들은 흑인들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 두려워하는 거야.” 그 대사가 너무 좋았어.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스파이크 리의 <똑바로 살아라>에서, 농구를 좋아하지만 인종차별주의자인 백인 청년에게 이런 얘기를 해. “야, 너 사실은 흑인이 되고 싶은 거 아냐? 솔직히 말해. 우리처럼 더 높이 점프하고 싶잖아.”

-날카로운 지적이시군요. 하긴 타란티노 감독 자체가 엄청난 블랙 컬처의 신봉자였죠.
=흑인이라고 다 노래를 잘하는 게 아니듯, 사실 나는 그런 영화들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 그런데 그 양반, 정말 블랙익스플로이테이션 무비의 광팬이더군. <재키 브라운>이 그냥 나온 게 아니야. 그 영화들의 트렌드가 지나버리자, 아예 극장으로의 발길을 끊었대. 하하.

-타란티노는 참 대단해요. <펄프 픽션> 이후로 자기만의 세계영화사 시리즈를 만들고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다음 로케이션은 어디가 될지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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