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영원히 외로운 길이고, 비평은 그 발꿈치도 못 따라간다.” 갑자기 부담감이 밀려와서 노래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노가수의 고백에, 영화 속 남자는 이런 문구를 바친다. 둘은 오래전 결혼하리만큼 사랑했던 사이였고, 짧은 기간 동안 함께했지만 오해와 어긋남으로 인해 결국 헤어졌다. ‘비첨하우스’라고 불리는 영국의 대저택에서 두 사람은 노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재회한다.
지휘자 토마스 비첨의 이름을 딴 이곳은 은퇴한 오페라 가수들과 음악가들을 위한 실버하우스이다. 어느 날 적당히 평화로운 노년을 보내던 음악가들 사이에 새로운 거주자가 나타날 거라는 소문이 도는데, 그녀는 바로 당대의 디바 진 홀튼(매기 스미스)이다. 우아한 테너 레지(톰 커트니)와 바람둥이 베이스 윌프(빌리 코놀리), 가끔 치매 증상으로 걱정을 안기기도 하는 알토 씨씨(폴린 콜린스)에게 몇년 전 국제무대에서 사라졌던 최고의 소프라노 진의 등장은 충격을 안겨준다. 그해 연례만찬에서 최상의 혼성 콰르텟(사중창)을 성사시키기 위해, 오래된 상처에도 불구하고 세 사람은 진의 합류를 설득하기로 마음먹는다.
<콰르텟>은 배우 더스틴 호프먼의 감독 데뷔작이다. 베르디의 아리아 <축배의 노래>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소재가 주는 느낌만큼 안정적이며, 또 기대 이상으로 풍요로운 인상을 준다. 노년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이지만 풋풋함이 묻어날 정도다. 원작자 로널드 하우드는 1980년대 스위스의 다큐멘터리물을 보고 처음 이야기의 소재를 찾아냈다고 하는데, 그는 애초에 희곡으로 이를 각색한 적이 있다. 하우드는 로만 폴란스키의 <피아니스트>, 바즈 루어만의 <오스트레일리아>를 쓴 작가로 알려져 있으며, 감독은 이 이야기를 선택하면서 다시금 그에게 시나리오의 각색을 부탁했다고 한다. 이미 연극을 접했던 매기 스미스가 처음으로 캐스팅되었고, 이후 톰 커트니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인 영화화가 진행됐다. 혹자는 더스틴 호프먼이 이 영화를 택한 이유를 우아한 노후와 오페라와의 조합 때문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 인터뷰에 따르면 그는 배우가 되기 전 약 5년간 재즈 피아니스트가 되려고 음악을 공부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니 애초 배우가 될 때의 상황과 처음으로 연출을 맡은 작품의 상황이 기묘하게 맞아떨어진 경우라 할 수 있다.
영화에는 리처드 휴스와 같은 실제의 연주자들이 등장하는데, 유튜브를 통해서 촬영 중 피아노를 치는 더스틴 호프먼과 트럼펫을 부는 휴스의 합주 모습이 포착되기도 한다. 음악가들의 모습이 담긴 엔딩 크레딧을 통해 짐작할 수 있듯, 더스던 호프먼 감독은 음악가들에게 이 현장이 이색적 경험이 되기를 바랐던 것 같다. 음악이 그에게 그러하였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