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악몽’의 근원 <초한지: 영웅의 부활>
2013-03-27
글 : 이주현

<초한지: 영웅의 부활>은 철저히 유방에 초점을 맞춰 원전을 재해석한다. 정확히는 유방의 말년을 잠식한 ‘악몽’의 근원에 집중한다.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의 패권 다툼은 <초한지: 영웅의 부활>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란 얘기다.

영화는 죽음을 눈앞에 둔 유방(류예)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내가 평생을 두고 두려워한 상대가 두명 있다. 한명은 항우(오언조)이고 또 한명은 한신(장첸)이다.” 유방은 48살 때 항우를 처음 만난다. 당시 24살이던 항우는 정예군에 아름다운 부인까지, 부족한 게 없는 남자였다. 유방은 포로로 붙잡혀 있는 부인을 구하기 위해 항우에게 군대를 빌려달라 청하고, 그것을 계기로 연을 맺은 두 사람은 ‘진나라를 멸하자’는 공통의 목표로 힘을 합친다. 그러나 유방은 자신이 천하의 주인이 되려는 야망을 품는다. 한편 항우의 신하였던 한신은 유방의 수하로 들어가 유방이 천하를 제패하는 데 일등공신으로 활약한다. 하지만 유방은 항우와 한신이 언제고 자신을 죽이러 올지 모른다는 강박에 시달리고, 왕후인 여치(친란)는 유방의 의심을 증폭시켜 한신을 제거하려 한다.

루추안 감독은 유방을 겁이 많고 색을 밝히고 강박에 시달리는 인물로 묘사한다. 반면 항우는 카리스마 있고 고결한 대인배로, 한신은 의중을 알 수 없는 인물로 그린다. 원전을 비튼 캐릭터 해석이다. 신선할 수도, 억지스러워 보일 수도 있다. 또한 <초한지: 영웅의 부활>은 전투보다 암투의 묘사에 공을 들인다. 암투가 주로 이루어지는 공간인 왕실과 당대의 풍습을 최대한 정확히 고증하려 한 점도 인상적이다. 다만 박진감 넘치는 세 영웅의 일대기를 기대한다면 실망이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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