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비극적인 사랑 <후세: 말하지 못한 내 사랑>
2013-03-27
글 : 윤혜지

<후세: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의 이야기는 “원인과 결과. 그 둘이 갖춰져야 비로소 이야기가 완성된다”는 말로 시작된다. 남성과 여성, 귀족과 천민, 아름다운 것과 더러운 것이 양분되어 공존하는 도시 에도. 확고한 아이덴티티를 지녀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에도에서 개(犬)이자 인간인 ‘후세’는 사라져야 할 존재다. 후세를 사냥하기 위해 도세츠(고니시 가즈유키)는 사냥꾼인 여동생 하마지(고토부키 미나코)를 에도로 불러들인다. 하마지는 에도에 입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량한 무리와 마주치는데 공교롭게도 그녀가 사냥해야 할 ‘후세’인 시노(미야노 마모루)로부터 도움을 받게 된다.

‘후세’만큼이나 아이덴티티가 모호한 하마지는 종종 남자로 착각될 정도로 무성에 가깝게 그려지며,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야생의 소녀다. 하마지와 시노는 본능적으로 불완전한 서로에게 이끌린다. 하마지는 어릴 때 그녀의 할아버지에게서 “사냥감과 통(通)하는 순간이 그 사냥감을 잡을 수 있게 되는 때”라고 배웠다. 시간이 흐르고, 하마지는 자신이 사냥감인 시노를 사랑하고 있음을 깨닫고 난 뒤에야 비로소 할아버지의 말에 담긴 인연의 이치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야생 소녀 하마지는 글을 배우기로 결심하면서 어른-여자가 된다. <후세: 말하지 못한 내 사랑>은 교쿠테이 바칸의 <난소사토미 팔견전>을 재창작한 사쿠바라 가즈키의 소설 <후세 위작/사토미 팔견전>을 원작으로 한다.

<난소사토미 팔견전>은 사토미 가문의 딸과 신견(神犬) 사이의 비극적인 사랑을 담은 이야기다. 영화는 하마지와 시노에게 지나치게 몰입한 탓에 종종 주변을 배제해 버려 엉뚱한 장면을 비출 때도 있다. 하나 원작의 비극적 정서 위로 아름답게 덮인 음악과 비주얼은 길을 잃은 서사마저도 그저 가벼운 봄나들이처럼 여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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