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온전히 가족에 관한 이야기 <섀도우 댄서>
2013-03-27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아일랜드 공화국군(IRA) 소속으로 런던 지하철 테러를 감행하다 영국 정보부에 붙잡힌 콜레트(안드레아 라이즈보로)는 어린 아들을 지키기 위해 IRA를 배신하고 정보부에 IRA의 내부 정보를 넘겨주어야 하는 처지에 놓인다. 졸지에 IRA로 활동하는 자신의 가족을 배신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콜레트와 그녀를 감시하던 정보부 요원 맥(클라이브 오언) 앞에 서서히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하고,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치닫는다.

이렇게 정리된 줄거리만으로 <섀도우 댄서>를 기대한다면 실제로 영화를 접하는 순간, ‘IRA 소속 이중스파이 여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차분하고 느린 화면, 그리고 정적인 사운드에 당황할 수도 있다. 영화 속 카메라는 사건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커튼 뒤에서 흐릿하게 바라보거나 사건들을 종종 건너뛰어버린다. 대신 ‘사건들의 리버스 숏’에 해당하는 인물들에 가까이 다가선다.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 내러티브는 영화를 진행시키는 동력이 아니라 인물들의 관계와 심리를 설정하기 위한 전제 조건일 뿐이다.

사실 <섀도우 댄서>는 (스포일러라고 소리칠지도 모르지만) 온전히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린 콜레트와 그녀의 가족이 겪은 한 사건이 20년이 흐른 지금, 어떻게 여전히 그들의 삶을 뒤흔들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감정으로 꽉 차 있을 것만 같은 이 영화가 놀랄 만큼 차분하고 때로 냉정하리만큼 아무런 동요없이 진행될 때, <맨 온 와이어>로 우리에게 먼저 알려진 감독 제임스 마시의 인내의 연출력에 주목하고 싶다. 물론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의 훌륭한 연기도 놓치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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