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아카펠라 ‘리얼리티 쇼’ <피치 퍼펙트>
2013-03-27
글 : 우혜경 (영화평론가)

아름다운 외모로 주목받던 여대생 아카펠라 그룹 벨라스는 매번 똑같은 레퍼토리와 식상한 안무로 점점 인기가 떨어지고 같은 학교 내 남학생들로 이루어진 아카펠라 그룹 트러블 메이커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기 시작한다. 아카펠라 대회에 참가해보지만 심하게 긴장한 탓에 무대에서 불미(!)스러운 사고까지 저지르게 되고, 벨라스는 모두의 조롱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찾는 신입생 하나 없는 비인기 동아리가 되어버린 벨라스 앞에 DJ가 꿈인 신입생 베카(안나 켄드릭)와 한 가지씩 장점을 가진(하지만 그만큼 단점이 눈에 띄는) 새로운 멤버들이 등장하고 우여곡절 끝에 벨라스에 합류하지만 팀 내 신구 갈등은 점점 커져만 간다. 물론 트러블 메이커와의 ‘트러블’도 빠지지 않는다.

<피치 퍼펙트>는 아카펠라라는 소재를 가진 ‘리얼리티 쇼’를 보는 것 같은 영화다. 그래선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등장하지만 그 캐릭터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특별한 서사구조 없이 에피소드의 나열처럼 조각조각 나 있다. 주인공 격인 베카가 겪는 갈등도 사실 정확하게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피치 퍼펙트>는 전략적으로 이 모든 것들을 대신하여 벨라스와 트러블 메이커가 노래를 부르는 공연장면들을 리듬감있게 배치하는 방식을 선택하여 관객이 뻔한 스토리에 흥미를 잃지 않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미국 개봉 당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는 O.S.T를 직접 확인해보고 싶다는 마음이거나 마돈나의 <Like a Virgin>이나 브루노 마스의 <Just the Way You Are> 등 우리 귀에 익숙한 팝들을 아카펠라 버전으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라면 두 시간가량의 상영시간이 그리 지루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영화에서 음악만을 기대해야 하는 건 어딘가 많이 가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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