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차우진의 귀를 기울이면] 죽어도 사랑이라
2013-04-12
글 :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
<클라우드 아틀라스>

저조한 성적과 호의적이지 않은 평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내게 영감으로 가득한 작품이다. 아름답고 우아하며 또한 삶과 죽음의 위협에도 영속성을 쟁취하는 사랑에 대한 영화. 아 그러니까, 사랑.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세계관은 바로 그것이 아닐까. 순환하는 삶, 거기에는 문이 하나 있을 뿐이라는 믿음, 우리는 어째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가에 대한 질문. 그 각성이 영화를 밀고 나간다. 이때 음악은 그 주제이자 방법론이면서 내러티브의 일부로 자리한다.

워쇼스키 남매와 공동으로 연출한 톰 티크베어는 그가 속한 영화음악 집단인 페일3(Pale3)와 스코어를 완성시켰다. 비비언 에어스가 “바로 이거야! 내가 꿈에서 들은 음악!”이라 외치는 테마는 순환구조로 반복되며 우주의 경이로운 프로젝트를 떠받친다. 피아노가 만드는 아름다운 테마 뒤로 관악기와 현악기가 수줍게 끼어드는 구조는 긴장보다 이완에, 투쟁보다 평화에 가깝다. 사랑을 지키기 어려운 시대에 고난을 나누고 미래를 꿈꾸는 것이야말로 우리 삶의 미션이라고 말하는 듯한 영화. 요컨대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주제는 이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좌절하지 않고 사랑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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