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잊고 살았던 꿈 <전설의 주먹>
2013-04-10
글 : 김성훈

학창 시절 ‘통’이었던 친구들이 시간이 한참 흐른 지금 다시 맞붙게 된다면? 영화 속 TV격투기 프로그램인 <전설의 주먹>은 누구나 한번쯤 해본 상상을 링 위로 옮긴다. 혼자서 딸(지우)을 키우며 살아가는 국숫집 사장 임덕규(황정민)는 잘나가던 복싱 유망주였다. 학교에서 사고를 친 딸의 합의금을 구하기 위해 그는 어쩔 수 없이 <전설의 주먹>에 출연하고, 링 위에서 어린 시절 어울려 다니던 신재석(윤제문)과 맞붙는다. ‘남서울고 독종 미친개’라 불릴 정도로 막무가내였던 재석은 삼류 건달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TV프로그램을 통해 덕규와 재석을 지켜보던 대기업 홍보팀 부장 이상훈(유준상)은 출세를 위해 접어뒀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링에 오른다.

영화 <전설의 주먹>은 40대 중년 남자들의 격투기 도전기다. 두손을 주로 사용하는 복싱 선수 출신 덕규, 다리를 시원하게 활용하는 상훈, 막무가내로 달려드는 재석 등 캐릭터마다 다른 종류의 액션을 선보이며 격투기 특유의 쾌감을 보여준다. 세 남자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아역 배우들 역시 기대 이상의 학원 액션을 선보인다. 하지만 강우석 감독은 ‘최후의 승자’보다 ‘체력도 예전 같지 않은 40대 남자들이 격투기 프로그램에 참가하게 된 사연’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복싱 챔피언이라는 꿈을 이루려는 덕규나 가족을 위해 접어둔 기러기 아빠의 자존심을 회복하려는 상훈이나 남에게 피해를 주며 살았지만 단 한번이라도 자신에게 떳떳하려는 재석은 각각 다른 사연을 가슴에 안고 링에 오른다. 사연의 내용은 다르지만 잊고 살았던 꿈을 이루려는 열망은 공통적이다. 현재와 과거를 수시로 오가며 세 남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153분이라는 러닝타임이 그리 길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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