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예능까지? 미술이면 뭐든!
2013-04-23
글 : 이주현
사진 : 최성열
<전설의 주먹> 미술감독 이태훈

Filmography

영화 <전설의 주먹>(2013),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 <특수본>(2011), <글러브>(2011), <이끼>(2010), <강철중: 공공의 적1-1>(2008), <므이>(2007) 드라마 <특수사건 전담반 TEN2>(2013), <히어로>(2012), <떼루아>(2008)

이태훈 미술감독은 강우석 감독과 꽤 오래 파트너십을 유지해왔다. <공공의 적2> <한반도>에는 미술팀으로 <강철중: 공공의 적1-1> <이끼> <글러브>에는 미술감독으로 참여했다. 강우석 감독과의 인연은 <전설의 주먹>까지 이어진다(<이끼> <글러브> <전설의 주먹>은 조성원 미술감독과 공동으로 작업했다). “강우석 감독님은 미술감독을 믿고 프로덕션 디자인을 전적으로 맡기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미술에 욕심을 더 많이 내게 되는 환경이 조성된다.”

<전설의 주먹>에서도 욕심을 부릴 수 있는 데까지 부렸다. 특히 공을 들인 부분은 영화에 등장하는 TV쇼 <전설의 주먹> 세트장면이다. “요즘 각종 오디션 프로그램과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넘쳐나는데, 그 프로그램에 익숙해진 관객의 눈높이와 기대를 어떻게 맞출 것인가가 큰 숙제였다.” 우선 물량공세를 아끼지 않았다. TV쇼 <전설의 주먹> 세트 제작에만 5억원이 투입됐다. ‘전설대전’이 이루어지는 옥타곤 무대는 쇼프로그램의 파이널 무대이기도 하지만 영화 <전설의 주먹>의 큰 무대이기도 하다. “영화의 무대연출을 맡은 김준호 무대감독님이 나중에 그러시더라. 일반 콘서트에 들어가는 장비보다 3배는 더 물량이 들어갔다고.”

이태훈 미술감독은 <전설의 주먹> 작업 과정을 돌아보면서 “웃으면서 일할 만큼 여유가 있지는 않았다”고 했다. 액션 신도 많고 감정 신도 많아서 현장에선 늘 긴장하고 대기해야 했다. 하지만 마을 하나를 통째로 만들어야 했던 <이끼> 작업에 비하면 <전설의 주먹>은 수월한 축에 속했다. “<이끼> 때는 토목공사도 하기 전에 농작물부터 심었다.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진짜 마을처럼 보여야 했으니까.” <이끼>로 대종상영화제에서 미술상을 수상해서가 아니라 작업 자체의 방대함 때문에 <이끼>는 이태훈 미술감독에게 잊지 못할 작품으로 기억된다.

대학에선 서양화를 전공했다. 군 제대 뒤 학교 선배의 소개로 시작한 영화미술 아르바이트가 지금은 직업이 됐다. 그때 미술팀으로 참여한 첫 영화는 <역전에 산다>였다. “전부터 영화를 워낙 좋아하긴 했지만 그땐 영화가 뭔지도 잘 몰랐다.” 하지만 지금은 영화미술 작업이 적성에 딱인 것 같단다. “역마살이 있어서인지” 지방 촬영조차 기꺼이 즐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의 미술감독 데뷔작도 8개월 동안 베트남에서 머물며 작업한 <므이>다.

지금까지 공포, 액션, 스릴러, 시대극, 스포츠 등 다양한 장르의 미술작업을 진행한 이태훈 미술감독이 아직 도전해보지 못한 장르는 멜로다. “인물의 심리에 포커스를 맞춘 진한 멜로영화를 한번쯤 해보고 싶다.” 정리정돈을 잘하고, 화려한 것보다 심플한 것을 좋아하는 이태훈 미술감독의 취향을 생각해보면 멜로영화의 미술작업도 그에게 썩 어울릴 것 같아 보인다. 올해는 재밌는 일을 몇개 더 벌여볼 계획이다. 현재 작업 중인 OCN 드라마 <특수사건 전담반 TEN2>의 미술작업이 끝나면 6월에 방송예정인 MBC 예능프로그램의 미술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처음엔 예능이라기에 거부감이 있었는데, 프로그램 자체도 재밌고 거기서 구현할 것도 많아 보여서 참여하기로 했다.” 참고로 이태훈 미술감독에겐 직업(?)이 하나 더 있다. 지난해 11월, 그는 지인들과 함께 ‘방범포차’라는 한식주점을 냈다. 낮에는 미술감독으로 밤에는 포차 사장님으로, 이태훈 미술감독의 시간은 바쁘게 흘러간다.

스케치업

“미술팀마다 작업방식이 다르겠지만 우리는 스케치업이라는 3D 프로그램을 주로 사용한다. 3D로 표현되기 때문에 무대의 전체적인 그림을 감독 및 스탭들에게 쉽고 정확하게 이해시킬 수 있다. 손으로 그림을 그릴 때보다 비율이나 치수가 정확하고, 다양한 카메라 앵글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지녔다. ‘전설대전’ 무대도 스케치업 프로그램으로 표현해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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