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신데렐라의 성공 스토리’ <그림자 애인>
2013-04-24
글 : 이기준

대기업 KNC의 총수가 중병에 걸려 위독한 가운데, 기업을 물려받을 총수의 딸 패리스(장백지)가 한국으로 스키여행을 떠났다가 눈사태를 맞아 실종된다. 그녀의 연인이자 KNC의 CEO인 권(권상우)은 이사총회를 미루고 패리스의 행적을 수소문하던 중, 그녀를 똑 닮은 꽃집 아가씨 진심(장백지)과 우연히 마주친다. 권은 호시탐탐 경영권을 노리는 총수의 동생으로부터 회사를 지키기 위해 잠시 동안 진심을 패리스로 변장시키고 상류층 사교계 활동에 필요한 여러 가지 교양을 가르친다. 처음에는 각자의 목적을 위해 이루어진 계약관계였지만, 밝고 명랑한 진심과 그녀를 지켜보는 권 사이에는 점차 애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어느새 커진 사랑의 감정에 두 남녀가 당혹스러워하며 갈등하고 있을 무렵 행방불명이었던 패리스가 살아 돌아오고, 진심과 권의 사랑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첫인상부터 대번에 영화 <마이 페어 레이디>(1964)를 연상시키는 <그림자 연인>은 새로움에 도전하기보다는 충분히 검증받은 드라마에 안전히 머무르는 편을 택한다. 반원량 감독은 ‘신데렐라의 성공 스토리’를 큰 줄기로 하고 주변 인물들의 사랑 이야기를 곁가지로 펼쳐 스토리를 풍성하게 만들고자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결과물은 소재의 고리타분함을 뛰어넘을 만큼 참신하지 못하다. 여러 일화들 사이에는 내용의 연관성이 부족해 억지스러운 감상을 주고, 불행을 예감할 수 있는 진심의 ‘초능력’이나 귀걸이 속의 스피커 등 주변 설정이 느닷없고 황당하다. <차이니즈 조디악>에 이어 두 번째로 중화권 영화에 도전한 권상우와 1인2역을 맡은 장백지의 연기도 심상한 드라마에 묻혀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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