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성형미인 리리코 <헬터 스켈터>
2013-05-08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리리코(사와지리 에리카)는 완벽한 얼굴과 몸매로 대중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 스타다. 하지만 리리코는 태아와 타인의 피부, 근육들을 통해 불법 의료 행위를 하는 성형외과에서 전신성형을 통해 만들어진 미인이다. 부작용으로 인해 리리코는 재수술을 결정하고 검사 마코토는 수사망을 좁혀 들어간다. 그리고 기획사는 리리코를 대체할 수 있는 자연 미인 고즈에(미즈하라 기코)를 발굴하고 리리코는 자신의 자리를 빼앗길까봐 점점 더 불안에 떤다.

영화는 먼저 화려한 이미지와 원색의 색감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름다움의 순간을 지속하려는 리리코와 대중의 욕망처럼 그 순간과 찰나의 이미지를 붙잡으려는 듯 영화는 시각적인 부분에 많은 공을 들인다. 그리고 사실적인 묘사나 일상의 공간보다는 만들어진 이미지와 환상 같은 부분에 더 치중한다. 검사의 사무실도 그렇고 검사가 내뱉는 말들도 일상적인 검사의 언어가 아니다. 아파트 입구에 켜져 있는 다양한 색깔의 조명들도 평범한 아파트의 조명이 아니며 검사가 취조하는 장면도 하얀 배경 속에서 인물들이 카메라를 보고 인터뷰하듯이 표현한다. 리리코가 만들어진 가짜 이미지이듯이 일상의 공간도 만들어진 공간이다.

일상의 모습이 아닌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는 듯이 영화에는 거울 이미지들이 많이 나온다. 고즈에도 어떻게 보면 리리코의 또 다른 거울이다. 영화는 붕대를 푸는 리리코의 모습과 아름다움에 열광하는 여학생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성형미인 리리코는 단순히 자신의 욕망만이 아니라 기획사 대표의 욕망이며 대중의 욕망과 이 시대 문화의 산물이다. 그러한 욕망과 시각문화를 말하려는 듯 과잉으로 넘쳐나던 이미지는 시각을 거세하면서 마무리된다. 하지만 리리코는 여전히 거울이 가득한 방에서 고즈에를 바라보면서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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