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우리가 지켜야 할 정의 <사이보그 009>
2013-05-08
글 : 김보연 (객원기자)

영화는 사이보그들의 전사를 과감하게 생략하며 시작한다. 세계 각국에서 연쇄 폭파 사건이 일어난다. 그러자 이 사건의 배후로 추정되는 ‘그’의 음모를 막기 위해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던 사이보그들이 다시 뭉친다. 하지만 싸움이 계속될수록 선과 악의 구분은 애매해지고, 결국 사이보그들은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까지 이른다.

두 가지 키워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물론 ‘사이보그 009’이고, 또 하나는 이 영화를 제작한 ‘프로덕션 I.G’이다. <사이보그 009>는 일본 만화계의 거장 이시노모리 쇼타로가 1964년에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지금까지 만화와 TV애니메이션, 극장판 등 다양한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4번째 극장판인 이번 2012년 버전의 <009 사이보그>는 전작들에 대한 과감한 재해석과 함께 3D로 움직이는 사이보그들의 모험을 선보인다.

또 하나의 키워드인 ‘프로덕션 I.G’는 <인랑> <공각기동대> 시리즈, <스카이 크롤러> 등 음울하고 묵직한 주제의식을 갖춘 작품들을 주로 발표해온 제작사이다. 여기에 <공각기동대 S.A.C>와 <동쪽의 에덴> 극장판을 만들었던 가미야마 겐지가 감독을 맡아 알 듯 말 듯한 내레이션, 기본적인 정보까지 생략한 서사 진행, 각종 음모론 등 특유의 인장을 새겨넣으며 새로운 <009 사이보그>를 만들었다.

이번 극장판의 미덕은 두 가지인데 하나는 지금까지 갈고닦은 연출력과 기술력을 아낌없이 발휘한 화려한 액션 신이며, 또 하나는 사이보그들의 작전 자체에 집중하며 전작을 모르는 사람들도 무리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배려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지러울 정도로 쏟아지는 복잡한 정보와 함께 전에 없이 우울한 표정으로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사이보그들의 모습은 영화를 보는 관객의 심정까지 복잡하게 만든다. 자신들이 지켜야 할 정의까지 다시 고민해야 할 때가 오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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