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매춘굴에 떨어진 십대 소녀 <에덴의 선택>
2013-05-08
글 : 윤혜지

‘인신매매단에 납치돼 고난을 겪은 뒤 풀려난다’는 골자는 비슷하지만 <에덴의 선택>에는 <테이큰>이나 <아저씨>에 등장하는 멋진 구원자가 없다. 납치된 현재(제이미 정)는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매춘굴에서 벗어나야 한다. 현재가 놓인 곳은 ‘현실’이기 때문이다. <에덴의 선택>은 한국계 미국인 김청이 실제로 겪은 이야기를 각색한 작품이다.

현재는 클럽에서 만난 남자에게 속아 인신매매를 당한다. 매춘굴로 끌려간 현재는 여성들을 관리하는 본(맷 오리어리)의 감시 속에서 매춘부 ‘에덴’으로 살아간다. 몇번의 탈출시도가 불발되고, 현재는 본에게 협조하는 척하며 그가 자신을 신뢰하도록 만든다. 생존을 위해 그녀는 잔혹한 선택을 반복하며 다시금 탈출의 기회를 노린다.

제이미 정의 섬세한 연기는 영화에 극적 부피감을 더한다. 그녀의 표정은 매춘굴에 떨어진 십대 소녀가 느끼는 두려움과 생존을 위해 드러내는 독기를 충실하게 담아낸다. 선정적인 장면이 딱히 없음에도 인신매매의 끔찍함이 생생하게 와닿는 이유다. 영화는 성매매 여성이 놓인 현실과 그들의 인권에 관해서도 폭넓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임신을 하든 개죽음을 당하든 ‘바깥의 사회’는 그녀들이 놓인 삶에 관심이 없고, 대개의 현실은 영화의 결말과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실화에 기반했다고 해서 모든 배경을 설명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실화이기 때문에 강력한 드라마를 품을 수도 있었으나 오히려 디테일한 설정이 잉여로 느껴지는 때가 종종 있다.

<에덴의 선택>은 제38회 시애틀국제영화제에서 레나샤프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대중문화 컨퍼런스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에서 관객상과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국내 개봉에 앞서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소개됐으며, 5월8일 개막하는 제14회 밀라노국제영화제의 다섯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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