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상실, 상처, 그리고 눈물 <라자르 선생님>
2013-05-08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캐나다 몬트리올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담임선생님이 목을 매단 채 죽어 있는 것을 한 학생이 발견한다. 후임 선생 찾기가 쉽지 않던 학교 교장에게 라자르(모하메드 펠라그)가 찾아오고 교장은 그를 채용한다. 라자르는 알제리에서 온 망명자로, 테러로 부인과 두 자녀를 잃고 캐나다로의 망명 신청을 진행 중이다. 사실 라자르의 부인이 교사로 일했을 뿐 식당 경영 등의 일을 한 라자르 자신은 아이들을 가르쳐본 적이 없다. 자신이 교육받았을 때와 전혀 다른 교육 환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적응해나가던 라자르는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상처들을 하나둘씩 발견한다.

영화의 기본적인 모티브는 상실이다. 선생님은 가족을 잃었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잃었다. 루카치가 말하듯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이 질문에 우리는 과연 대답할 수 있는가? 우리 인간은 이 질문에 수없이 대답해왔지만 어쩌면 한번도 제대로 대답해본 적이 없을는지도 모른다. 학교의 교장은 상처를 숨기고 감추려고 한다. 영화는 드라마틱한 극적인 구조를 취하거나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영화는 담담하게 그들이 적응해가는 과정들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는 교육이 있다. 영화는 타자의 시선에서 현재 그 문화의 교육을 바라본다. 라자르는 타자다. 그는 망명자이며 교육 전공자가 아니다. 라자르는 오히려 학생들에게 지금 그들이 배우는 용어들과 교육의 방식들에 대해 가르침을 받는다. 라자르는 영화 속 표현처럼 아이들을 방사선 폐기물처럼 만지거나 아예 신체접촉을 할 수 없도록 지도받는다. 상담 선생은 아이들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이 끝났으니까 이제 괜찮아질 거라고 말한다. 라자르는 그게 과연 몇주 만에 되는 일인지 반문한다. 라자르와 학생의 뜨거운 포옹과 그들이 흘리는 눈물은 작지만 큰 여운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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