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복도 많은 여자지. 두명의 샤룩 칸으로부터 동시에 구애를 받다니. 이 무슨 뚱딴지같은 얘기냐고? <그 남자의 사랑법>에서 샤룩 칸은 1인2역을 해낸다. 수리와 라지. 평생 여자 손 한번 못 잡아본 수리는 스승의 유언에 따라 엉겁결에 타니(아누쉬카 샤르마)와 결혼한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불의의 사고로 떠내보낸 타니의 마음에 수리가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 수리는 타니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기 위해 용감한 라지로 변신한다. 타니는 수리와 라지 중 누구의 사랑을 선택할까. 실제 샤룩 칸은 수리와 라지 중 누구에 더 가까울까. 멀리 인도에서 샤룩 칸이 서면으로 그 대답을 보내왔다.
-보통 샤룩 칸 하면 화려하고 열정적인 모습이 떠오른다. 반면 이 영화 속 수리는 지극히 평범한 남자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수리의 영웅적인 내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진정한 영웅은 울퉁불퉁한 ‘근육남’도, <GQ>나 <보그>에서 막 걸어나온 것 같은 조각 미남도, 매일 세계를 구하는 슈퍼맨도 아니다. 자신을 속이지 않는 사람이 진짜 영웅이다.
-평범한 수리의 모습이 꽤 낯설었을 것 같다.
=재미있었던 건 세트장에 있는 스탭들조차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와 분장팀이 샤룩 칸을 수리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한 거다. 수리가 된 건 황홀한 경험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를 겸손하게 만들기도 했다. 스타가 되기 전의 ‘샤룩 칸’을 떠올리게 했다고나 할까.
-영화에서 수리와 라지 모두 연기한다. 1인2역이 부담스럽진 않았나.
=수지와 라지는 정반대의 캐릭터다. 수리는 소극적이고 조심성이 많은 반면에 라지는 거침이 없다. 두 인물을 함께 연기한다는 게 쉽진 않았지만 나에겐 즐거운 경험이었다. 둘은 외모는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영혼은 같다. 공통적인 건 둘 다 타니를 아끼고 사랑한다는 것이다. 수리와 라지의 상반된 성격은 ‘타니를 향한 순애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에 이질감을 극복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았다.
-실제 본인은 수지와 라지 중 누구에 더 가깝나.
=나 자신이 지구상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열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평범한 수리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다.
-만약 수리라면 타니의 마음을 얻기 위해 어떤 행동을 할 건가.
=어려운 질문이다. 영화는 언제나 실제 인생보다 쉽다. 스크립터만 따라가면 되니까. 우리는 살면서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한다. 자신을 꾸미고 포장하는 것보다 진심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내가 수리라면 라지로 변신하지 않을 거다. 내 모습 그대로 타니에게 사랑을 표현할 것이다.
-수리와 타니는 결국 신이 맺어준 커플이다. 당신은 신의 존재를 믿나.
=물론이다. 나는 무엇이든지 신에게 의지한다. 아딧야 초프라 감독의 영화 중 <The Heart is Crazy>가 있는데, 그 영화의 헤드 카피가 ‘당신의 짝이 어딘가에 반드시 있다’(Someone somewhere is made for you)다. 나는 이 말이 진리라고 믿는다.
-이 영화는 <신이 맺어준 커플>이라는 제목으로 인도에서 2008년 개봉한 작품이다. 되돌아보면 당신에게 이 작품은 어떤 의미가 있나.
=지금까지 한 모든 작품이 중요하지만, 특히 이 영화는 인생의 평범하고 소박한 것들을 돌아볼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고마운 작품이다. 이런 소박함 때문에 아딧야 초프라와 내가 시도한 영화 중 가장 대담한 영화이기도 하다.
-한국에 당신의 팬이 많다. 한국을 다시 찾을 계획은 없나.
=한국에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 한국 관객이 <그 남자의 사랑법>을 많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감사 인사를 드리러 한국을 다시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차기작 소식이 궁금하다.
=로힛 세티 감독의 <첸나이 익스프레스>라는 영화를 막 끝냈다. 기차를 타고 뭄바이에서 남부 인도의 유명 여행지인 라메쉬와람까지 여행하는 액션코미디물이다. <옴 샨티 옴>(파라 칸)에 출연한 디피카 파두콘을 다시 만났는데, 그녀와 일하는 게 무척 즐겁다. 현재 파라 칸 감독의 <해피 뉴 이어>를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