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 동안, 즉 3.11 대지진 이후 일본 영화계에 눈에 띄는 현상이 하나 생겼다. 이른바 ‘수사물’의 부상이다. 2012년 9월에는 인기 TV시리즈 <춤추는 대수사선>의 마지막 작품으로 개봉한 <춤추는 대수사선 더 파이널>이 누적수입 59.7억엔을 기록했고, 그해 1분기 드라마로 방송된 다케우치 유코 주연의 <스트로베리 나이트>의 극장판이 올해 1월에 개봉해 흥행에 성공했다(누적수입 21.9억엔). 지난 3월23일에 개봉한 <파트너 시리즈 X DAY>도 2002년 첫 방영 이후 계속 인기를 끌고 있는 드라마의 극장판이며, <도라에몽>이나 <드래곤볼Z>라는 강적들을 상대로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 극장가에서 선전한 이들 세 작품엔 공통점이 있다. 경찰 상층부를 비롯한 권력자들의 조직적인 부정과 은폐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거대 권력에 맞서는 형사들의 모습이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데에는 다른 이유도 있는 것 같다. 극장판 <파트너 시리즈 X DAY>를 예로 들면, 영화 속 한 국회의원은 “(대중에게는) 절망의 진실보다 희망의 거짓말을 말해주는 것이 국가에 이익이 된다”고 말한다. 3.11 원전사고를 경험한 많은 일본인들은 이 장면이 진실을 은폐함으로써 방사능 피폭 피해를 확산시켰던 일본 정부에 대한 상징적인 비판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영화들을 제작한 곳이 다름 아닌 방송국이라는 점을 생각할 때, 그 비판의 메시지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3.11 이후 정부와 전력회사의 발표를 아무런 검증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대중에게 “진정하고 행동하세요”라고 말한 이들이 바로 방송국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도 방사능 피해에 대한 일단의 책임이 있다. 그걸 감안하면 앞서 언급한 세 수사물 속 권력자에 대한 비판은 “우리는 이런 식으로 권력자의 부정을 파헤칠 수 있을 만큼 비판의식을 가진 조직입니다”라는, 일종의 제스처나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 증거로 방송국이 제작에 참여한 영화에는 매스컴의 은폐를 비판하는 작품이 하나도 없다. 일본에는 “남의 모습을 보고 자기 모습을 고쳐라”라는 속담이 있는데, 일본 방송국은 그 말의 뜻을 음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