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린 시절의 향수 <미나문방구>
2013-05-15
글 : 정한석 (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왈가닥 미나(최강희)는 경기도청의 말단 공무원이다. 고향 마을에서는 나름대로 출세한 사람으로 통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도 않다. 홧김에 사고를 하나 쳐서 2개월 정직을 당하게 되고 그 일을 계기로 고향에 잠시 돌아온다. 하지만 미나의 이 귀향은 목적이 뚜렷하다. 미나는 최근 병석에 누운 아버지(주진모) 대신 아버지가 운영해오던 마을 문방구를 잠시 맡게 되는데 실은 이 문방구를 싫어한다. 그 문방구가 어서 빨리 팔려 목돈이 생기기를 학수고대하는 중이다. 하지만 팔아 치우기 위해서는 성업 중이라는 것 또한 알려야 하는 상황이라 문을 닫을 수도 없다. 그래서 미나는 오늘도 울며 겨자 먹기로 문방구의 단골손님인 초등학생들을 맞이한다. 하지만 기대치 않았던 아이들과의 정은 점점 더 깊어지고 때마침 미나의 어린 시절 첫사랑 강호(봉태규)까지 문방구 앞 학교의 선생님으로 부임한다.

<미나문방구>는 근래에 한국 극장가에 유행하는, 흥행 감동 코드를 전략적으로 챙기려 한 감이 역력하다. 엉뚱한 상황, 은근한 향수, 착한 인물, 웃음과 울음 뒤에 오는 행복한 여운의 방식 등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공무원에서 문방구 주인이 된 미나의 엉뚱함이 전면에 드러나는 건 물론이다. 달고나에서 팽이까지 향수를 자극하는 문방구의 물품들도 대거 출현한다. 혹은 이 물품들이 대거 출현하기 위해 문방구라는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동심과 순수를 자극하는 아역배우는 한두명에 그치지 않고 단체로 등장한다. 혹은 이 아역배우들이 단체 등장하기 위해 학교 앞 문방구라는 곳이 필요했는지도 모르겠다. 착한 어른도 빠지지 않는다. 미나의 유년 시절 첫사랑이었던 강호는 귀엽고 착한 남자로 그렇게 다시 돌아와 있다.

제작진이 의도한 흥행 전략대로라면 갖출 건 다 갖춘 편이다. 그런데도 <미나문방구>는 결과적으로 마음을 움직이는 데 실패한 것 같다. 먼저 이야기의 역동성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인물들의 입체감도 느껴지질 않는다. 학교에서 왕따로 통하는 한 여학생이 문방구에서 물건을 훔친 다음 자기의 진심을 드러내는 장면이나 친구들 앞에서 배려심을 드러내는 장면은 이 영화의 맥락상 중요한 장면인데도 갑작스럽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이야기나 인물이 평이하다고 해도 영화 특유의 리듬으로 극복되는 사례가 있는데 그 경우에 속하는 것 같지도 않다. 웃음과 눈물에의 강박은 높은데 그걸 자연스럽게 가능케 하는 다른 것들이 뒤따르질 못한 경우다. 이것저것 적당하게 있으면 된다는 ‘적당주의’가 이 영화의 실패 이유인 것 같다. 영화 속 미나문방구는 신나는 문방구이지만 영화 <미나문방구>는 그렇지 못하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