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정의라는 탈을 쓴 또 다른 폭력 <몽타주>
2013-05-15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딸을 유괴범에게 납치당해 잃은 하경(엄정화)은 범인을 잡기 위해 15년 동안 고군분투해왔다. 담당형사인 청호(김상경)는 하경을 찾아가 공소시효가 며칠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리고 하경은 오열한다. 마지막으로 사건 현장을 다시 찾은 청호는 꽃 한 송이가 현장에 놓여 있는 것을 발견하고 CCTV와 타이어 자국, 블랙박스를 단 차량 조회 등을 총동원해 공소시효 마감일에 결국 범인의 차량을 발견한다. 하지만 청호는 추격전 끝에 눈앞에서 범인을 놓친다. 그 뒤 한철(송영창)은 손녀를 집 앞에서 유괴범에게 납치당한다.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은 범행수법이 15년 전 그 사건과 거의 똑같음을 발견하고 청호를 찾아간다. 청호는 동일범의 소행임을 확신하고 범인을 잡기 위해 다시 뛰어든다.

<몽타주>는 시나리오가 탄탄한 영화다. 영화는 범죄를 다룬 다른 영화들과 달리 공소시효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영화를 시작한다. 공소시효라는 정해진 시간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좀더 흥미진진하게 보게 만들고 영화는 그러한 과정을 긴 말 없이 빠른 진행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잡을 듯했던 범인은 유유히 사라지고 관객의 기대는 무참히 깨어진다. 그것은 관객의 머릿속에 법과 공소시효에 대해서 생각할 여지를 만들어놓는다. 그리고 거기에서 영화를 다시 시작한다. 똑같은 범죄가 반복되면서 영화는 공소시효에 대해서 한번 더 생각하게 만든다. 똑같은 범죄가 반복될 수 있는데도 법은 그것을 왜 그냥 방치하는가? 그러면서 영화는 복수와 응보의 문제로 확장해나간다. 하경과 청호에게 법은 정의라는 탈을 쓴 또 다른 폭력으로 다가온다. 영화는 개인과 법, 그리고 이 사회의 시스템이 행사하는 폭력과 그들이 받는 상처를 통해 폭력이란 무엇이고 용서는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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