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인간적인 붓다의 모습 <붓다: 싯다르타 왕자의 모험>
2013-05-15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이 아이는 세상의 왕이 될 것이다.” 예언과 함께 2500여년 전 샤카이국의 왕자 싯다르타가 태어났다. 애니메이션 <붓다: 싯다르타 왕자의 모험>(이하 <붓다>)은 성인(聖人) 붓다의 탄생부터 출가에 이르는 여정을 담았다. 철저한 신분사회에서 왕족으로 태어나 근심 걱정 없이 자랄 일만 남은 어린 싯다르타는, 그러나 끊임없이 질문하는 아이다. ‘어째서 노예나 육체노동자가 가장 낮은 신분인 수드라인지, 왜 전쟁으로 살아 있는 생명에 상처를 입히는지, 과연 기도로 나라가 번영할 수 있는지’를 물으며 성 밖 세상으로 눈을 돌린다. 자신이 몰랐던 세상을 더욱더 알고 싶었던 그는 마침내 누구나 죽을 때까지 삶의 고락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깨닫고 출가한다. 한편 샤카이국을 지배하려는 코살라국에는 수드라 신분을 숨기고 장군의 후계자가 된 체프라가 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신분이 발각돼 비참한 최후를 맞는다.

<붓다>는 싯다르타뿐 아니라 체프라를 서사의 중심에 두면서 싯다르타의 출가에 색다르게 접근한다. 제목을 재고해도 좋을 정도로 체프라의 이야기는 극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건 굶주림을 일상적으로 겪는 체프라가 나름 처지를 역전시켜보려 했으나 끝내 좌절하고 마는 과정을 한축에 둠으로써 싯다르타가 붓다가 되기까지의 사회 분위기와 현실을 자연스레 보여주기 위함이다. ‘태생적 붓다’라는 예언의 응당한 실현이 아니라 차별받는 사람들의 삶을 보고 들으며 붓다로 ‘성장하는’ 싯다르타이자 신성한 존재 붓다 이전에 자신의 부족을 알고 깨달음을 얻는 인간적인 붓다를 그린 것이다. 게다가 <우주소년 아톰> <밀림의 왕자 레오> 등으로 ‘일본 만화의 신’이라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의 <붓다>가 원작. 총 3부작으로 제작될 극장판 시리즈의 첫 작품인 <붓다>는 인도 로케이션 헌팅 등 기획부터 완성까지 10년이 넘게 걸린 대작이다. 스크린 위에 펼쳐질 데즈카 오사무의 상상력과 신비로운 그림체로 구현된 대자연을 확인해볼 좋은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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