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있을 뿐 정답이란 없다. 하지만 그 몸부림을 포기하는 순간 아이들도 성장을 멈춘다. <라자르 선생님>은 모두가 침묵할 때 목소리를 낼 줄 아는 진정한 선생님에 관한 영화다. 전작들에서 꾸준히 사회문제를 이야기한 날카로운 문제의식의 소유자 필리프 팔라도 감독은 네 번째 장편영화 <라자르 선생님>을 통해 다시 한번 캐나다 교육현장의 어두운 일면을 드러낸다. 먼 나라 이야기지만 하루가 다르게 교사의 권위와 신뢰가 추락하고 있는 우리 교육의 어두운 그림자마저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다.
-<라자르 선생님>으로 로테르담, 로카르노 등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기껏해야 우리 주의 2, 3개 극장에 걸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여러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고,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후보에까지 올라서 기쁘고 놀라웠다.
-영화는 어떻게 시작됐나.
=어느 날 프로듀서와 함께 에블린 드 라 슈네리에르 원작의 1인극(연극)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하나의 캐릭터만 나오는 연극인 까닭에 나머지 캐릭터는 상상을 통해 그려야 했다. 연극이 끝난 뒤 프로듀서에게 이 연극을 영화화하고 싶다고 말했다. 라자르 캐릭터에 감동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민자의 눈을 통해 우리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래서 원작자인 에블린 드 라 슈네리에르에게 허락을 받고 영화화하기로 했다.
-아역배우들의 힘이 중요한 영화다. 특히 알리스 역의 소피 넬리스와 시몽 역의 에밀리언 네론을 비롯한 여섯 친구들은 어떻게 만났나.
=오디션을 봤다. 오디션에 고통스러울 만큼 많은 시간을 들였다. 5분 남짓한 보통 오디션과 달리 이번 영화는 한 사람과 최대 45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그런 과정을 통해 250여명의 아이들 가운데 25명으로 추릴 수 있었다. 아이들의 연기는 다 좋았는데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간혹 있었다. 그럴 때는 그 아이를 위한 다른 역할을 만들기도 했다. 역할을 맡지 못한 아이들은 엑스트라로 출연했다.
-아역배우들의 연기 지도는 어떤 방식으로 했나.
=크랭크인 3개월 전부터 연기 코치가 그들과 함께했다. 촬영장에서는 아이들이 여름 캠프에 온 것처럼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했다. 촬영장에서 재미있게 지내며 감정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또 아이들이 출연하는 신뿐만 아니라 영화의 주제와 사건을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꾸준히 대화를 나누었다.
-영화는 캐나다의 이민자 문제와 교육 문제를 날카로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세상의 사실적인 문제들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사회 고발이라기보다는 사회 현상에 대한 리얼리티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영화 일을 처음 시작한 게 캐나다의 TV쇼에서 젊은 감독들이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면서 단편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내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관찰이다. 사회 현상을 중립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싶다. 영화는 문학과 달리 리얼리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체벌 금지와 교권 추락은 한국의 교육 현장에서도 문제시되고 있다. 당신의 견해가 궁금하다.
=선생님들에게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모든 것을 컨트롤할 필요는 없다. 교육은 근본적인 것이고, 수학과 영어를 넘어 인생을 가르치는 것이다. 학교에는 좋은 선생님도, 나쁜 선생님도 있을 수 있다. 이 또한 인생에서 경험하는 것이고, 교육 과정 중 하나인 것 같다. 체벌을 금지하고 (영화에서처럼) 아이들의 신체 접촉을 금지하는 이유는 잘 알고 있다. 분명 장점이 더 많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을 응원할 때 자연스러운 신체 접촉까지 막는 데는 의문이 든다.
-영화를 보다보면 폭력보다 무서운 게 침묵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도하고 슬퍼하고 표현하고 말하는 것은 상처와 트라우마의 피할 수 없는 힐링 과정이다.
-차기작 계획은 어떻게 되나.
=<The Good Lie>(출연 리즈 위더스푼, 코리 스톨)라는 제목의 영화로, 갈 곳 잃은 수단의 네 소년에 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