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1920년대의 뉴욕 <위대한 개츠비>
2013-05-22
글 : 이후경 (영화평론가)

바즈 루어만의 영화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소설에 충실하다. 영화에서도 화자는 닉 캐러웨이(토비 맥과이어)다. 그가 회고할 비극은 다음과 같다. 막 뉴욕 롱아일랜드에 도착한 그는 옆집에 사는 제이 개츠비(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존재에 대해 궁금해하는데, 곧 그가 강 건너편에 사는 자신의 사촌 데이지 뷰캐넌(캐리 멀리건)을 톰 뷰캐넌(조엘 에저턴)으로부터 되찾기 위해 그곳에 정착했음을 알게 된다. 닉을 가교 삼아 개츠비와 데이지는 행복한 재회에 성공하지만, 그 둘과 톰의 삼각관계는 끔찍한 결말로 치닫는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만의 전략은 단연 눈과 귀를 만족시키는 화려한 비주얼이다. <물랑루즈>로 잘 알려져 있는 감독 바즈 루어만은 할리우드 최고 스탭들을 이끌고 1920년대 뉴욕을 풍미했던 건축, 패션 양식을 현대적으로 재세공해 영화 속 세계를 장식한다. 음악 면에서도 래퍼 제이-지를 필두로 내로라할 뮤지션들이 참여한 곡들이 만찬처럼 이어진다. 그 모든 결과물을 대대적으로 쏟아붓는 곳이 있으니 개츠비 저택에서 벌어지는 파티 신들이다. 그 파티들은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다 못해 피로할 때까지 물고 늘어지는데, 그 피로가 대공황 직전에 미국인이 느꼈을 법한 도취감과 나른함을 상상케 한다.

문제는 파티가 너무 일찍, 너무 많이 열린다는 점이다. 어떤 좋은 영화미술도 영화음악도 142분에 이르는 상영시간을 홀로 지탱하는 법은 없다. 결국 문제는 그들을 결속해주는 영화의 화술이다. 이 영화의 화술은 과잉된 장면화에서 멈춘다. 개츠비와 데이지가 재회하는 신, 개츠비-데이지-톰의 삼각관계가 비극으로 치닫는 신을 보면 신을 어떻게 장식할 것인가에 대한 판타지는 있는데, 그 판타지를 어떤 숏으로 세분화해 소화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던 것 같다. 3D 역시 그 기술의 효과에 대한 선망은 느껴지나 효용에 대해서는 피상적으로 접근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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