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무의식 속 어둠의 존재 <공각기동대 S.A.C Solid State Society 3D>
2013-05-22
글 : 김보연 (객원기자)

2034년 테러범들이 잇따라 자살하는 기묘한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공안9과는 대규모 유괴사건이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그 배후에 ‘꼭두각시 조정자’가 있음을 눈치챈다. 사건이 점점 미궁으로 빠질 때쯤, 독립적으로 사건을 조사하던 쿠사나기 소령이 솔리드 스테이트를 조심하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기고 사라지자 나머지 요원들은 그녀가 꼭두각시 조정자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빠진다.

1989년 시로 마사무네가 발표한 짧은 만화로 시작한 <공각기동대> 시리즈는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1995)부터 개봉예정인 <공각기동대 ARISE>까지 4편의 극장판과 2개의 TV시리즈로 만들어졌다. <공각기동대 S.A.C Solid State Society 3D>(이하 <공각기동대 SSS>)는 가미야마 겐지 감독이 2006년에 만든 세 번째 극장판으로 2011년에 3D로 다시 개봉했다.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기동대>와 <이노센스>만을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이번 <공각기동대 SSS>를 조금 낯설게 느낄지도 모른다.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던 오시이 마모루와 달리 가미야마 겐지는 현재 일본사회의 구조적 병폐에 직접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등장인물은 저출산, 실업률, 노인문제 등을 언급하고, 자신의 자아를 찾아 네트워크를 자유롭게 떠돌던 쿠사나기 소령은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활약한다. 일본의 민족주의까지 건드리는 거창한 문제제기에 비해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감독 특유의 결론은 공허한 느낌을 주지만 문제의 근본 원인이 자기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말부의 암시는 주목할 만하다. 광활한 네트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엿보던 쿠사나기 소령이 이제 처음의 자리로 돌아가 자신의 무의식 속 어둠의 존재를 의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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