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평화로운 성미산 마을 <춤추는 숲>
2013-05-22
글 : 김성훈

카메라를 매단 자전거가 아이들을 따라 골목 구석구석을 누빈다. 이를 본 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별명을 부르며 안부를 묻는다. 갑작스러운 마을 행사 초대부터 느닷없는 낮술 고백까지 주고받는 안부도 제각각이다. 앞집, 옆집, 뒷집 등 이웃에 누가 사는지 모르거나 관심조차 없는 서울. 이 거대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마을에는 아직도 이웃사촌이라는 단어가 존재한다.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성미산 마을이다. 어느 날 평화로운 성미산 마을에 위기의 순간이 닥친다. 홍익재단이 성미산 남사면을 깎아 홍익 초/중/고등학교를 신설하기로 한 것이다. 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은 마을 사람들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약 3년 동안 성미산 개발에 맞서 싸운다. 싸움이 계속되던 중, 마을 주민인 짱가(유창복)는 성미산 100인 합창단을 기획한다. 합창단에 합류한 마을 사람들은 “좋은 말로 할 때 마을을 내버려두라”라는 내용의 <냅둬유>를 한마음, 한뜻으로 부른다.

강석필 감독과 홍형숙 PD가 만든 <춤추는 숲>은 성미산 마을과 그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을 그리는 다큐멘터리다. 마을의 개념이 거의 사라진 현재, 이웃끼리 안부를 주고받는 이 마을의 일상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하지만 영화는 특별한 마을을 소개하는 작품이 아니다. 마을 사람들이 성미산 개발에 맞서 함께 산에 올라가 싸우는, 마을의 또 다른 일상을 통해 이 마을의 공동체 문화가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임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영화는 ‘현대사회에서 사람들이 공동체를 형성하고, 유지하고, 가꾸려고 노력하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거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이 어쩌면 갈수록 고립돼가는 거대 도시에 던지는 하나의 해답이자 대안인지도 모른다. <춤추는 숲>은 <경계도시2>(2009) 이후 강석필, 홍형숙 부부제작단의 4년 만의 복귀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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