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타이핑 챔피언이 되기 위해 <사랑은 타이핑 중!>
2013-05-22
글 : 이현경 (영화평론가)

지금이야 타이핑 대회를 한다고 하면 시대착오라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때는 바야흐로 1958년, 타이피스트는 선망하는 직종 중 하나였다. 시골 출신 로즈(데보라 프랑수아)는 보험회사 비서 면접에 응시한다. 집에서는 빨리 약혼하기를 바라고 있지만 로즈는 더 넓은 세상에 나가 자신의 재능을 펼치는 것이 꿈이다. 독수리타법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로즈는 비서로 채용된다. 사장 루이(로망 뒤리스)는 로즈가 타이핑에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는 첫 번째 인물이다. 스포츠광인 사장은 로즈에게 타이핑 대회에 출전할 것을 권유하고 맹훈련을 시키지만 첫 대회에서 안타깝게도 고배를 마신다. 목표한 바를 끝까지 이루려는 사장은 로즈에게 자신의 집에 머물며 특별훈련을 하자고 제안한다. 로즈는 사장의 말을 불순한 의도로 받아들이고 화를 내지만 그의 진심을 알게 되자 제안에 응한다. 특별훈련이란 피아노 레슨과 체력단련이다. 피아노 레슨은 양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이고, 체력훈련은 타이핑 대회도 스포츠이므로 체력이 필수적이라 생각한 것이다. 불철주야 노력한 끝에 로즈는 대회마다 연승을 올리며 유명인사가 된다. 노르망디 챔피언 자리까지 거머쥔 로즈에게 남은 대회는 이제 국제 타이핑 대회뿐이다.

평범한 인물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맹렬히 연습하여 작은 대회에서 인정을 받는다는 스토리는 일본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인데, 이 영화의 배경은 프랑스이고 동시대가 아닌 반세기 전의 일을 다룬다. 로즈와 사장 사이에 사소한 갈등이 있긴 하나 로맨틱코미디의 정석을 따른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당신에게 도움을 주는 것만이 행복인 줄 알았어”라는 사장의 대사는 오히려 순정멜로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전반적인 영화의 분위기는 경쾌하며 한 시대를 풍미하고 사라진 타이피스트라는 직업군이 있었다는 것을 반추하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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