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계의 <아바타> 혹은 3D애니메이션의 끝판왕. 모두 <크루즈 패밀리>를 수식하는 말들이다. 드림웍스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크루즈 패밀리>는 애니메이션으로는 <토이 스토리>(1996) 이후 처음으로 제6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후보작에 오르고, 개봉하자마자 북미와 영국 박스오피스를 휩쓸었다. 드림웍스가 지난번 <가디언즈>로 쓴물을 삼킨 이후 절치부심한 결과다. <크루즈 패밀리>의 배경인 가상의 선사시대, 크루데시우스로 관객을 초대한 이는 전용덕 촬영감독이다. 2003년 8월 드림웍스에 입사한 뒤 그는 <쿵푸팬더>와 <슈렉 포에버>에 참여했다. 그간의 작업이 <크루즈 패밀리>엔 어떤 보탬이 됐는지, <크루즈 패밀리>를 하면서 어떤 고민들이 생겨났는지 궁금했다.
-드림웍스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됐나.
=2003년 드림웍스에 레이아웃 아티스트로 지원했다가 떨어졌다. 이후 뉴저지에 있는 영화사에서 애니메이터로 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메일을 확인하는데 평소엔 보지도 않고 삭제하던 스팸함을 갑자기 확인하고 싶더라. 스팸함을 열었더니 드림웍스에서 채용 의사를 적어보낸 이메일이 있더라. 3일 뒤 바로 입사했다.
-애니메이션 촬영감독이 하는 구체적인 업무가 궁금하다.
=영화의 촬영감독은 촬영 전에 신에 맞는 카메라의 위치라든가 움직임을 정한다. 배우와 조명을 정해두고 계획대로 촬영하면 숏이 완성된다. 우리도 비슷한 일을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그렇게 만들면 시간이 오래 걸린다. 본 촬영에 앞서 임시로 만든 캐릭터로 일종의 리허설을 하는데 순서는 이렇다. 카메라가 먼저 피사체의 위치를 잡는다. 그다음 관객이 보게 될 피사체의 위치와 숏 사이즈를 애니메이터에게 알려준다. 애니메이터는 화면에 들어가는 만큼 피사체의 움직임을 만든다. 조명도 화면에 보이는 부분만 넣는다. 만일 이렇게 하지 않으면 불필요한 장면들까지 만들어야 하니까 쓸데없는 수고를 더하게 된다.
-서사의 사실적인 리듬을 구성하기 위해 어떤 부분을 신경 썼나.
=촬영팀, 조명팀, 애니메이션팀의 협업이 빛난 부분이다. 촬영팀에선 렌즈값을 조절해 인간이 보는 시점과 가장 비슷한 프레임을 찾았다. 조명팀에선 외부 답사를 하면서 360도로 촬영한 사진을 컴퓨터에 입력해 실제로 빛이 어디서 어떻게 떨어지는지를 분석한 뒤 적당한 자리에 조명을 배치했다. 애니메이션팀에서는 캐릭터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제작했다. 관객이 현장에 있는 기분이 들도록 작업했고, 계획대로 잘된 것 같다. (웃음)
-<크루즈 패밀리>의 3D 작업은 지금까지 해온 작업과 어떻게 다른가.
=<슈렉 포에버> 때도 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다 썼다고 자부하지만 당시엔 기술적 한계도 있었고, 그 이후 새로 개발된 툴도 많다. <크루즈 패밀리>는 그 벽을 모두 깬 작품이다. <크루즈 패밀리>는 숏이 1.5초 정도 더 길고, 공간감도 30% 더 깊다.
-(비주얼 컨설턴트였던) 로저 디킨스 촬영감독과의 협업은 어땠나.
=한마디로 굉장했다. 라이브 액션을 주로 하는 분이라 컴퓨터그래픽을 잘 이해할까 염려했는데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제작 전부터 촬영을 어떻게 할지 함께 상의해 데모 촬영도 해주셨다. 4개월쯤 작업했을 때 <007 스카이폴> 촬영일정으로 함께 일할 수 없게 되자 원격에서 실시간 작업할 수 있는 ‘시네사이트’라는 시스템을 만든 뒤 이메일과 자료를 계속 주고받았다. <크루즈 패밀리>를 하며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다.
-가장 어려움을 겪었던 부분이 뭔가.
=어렵기도 했지만 재미있었던 장면이 도입부의 사냥장면이다. 캐릭터의 액션과 카메라의 움직임이 다이내믹하게 보여야 한다는 감독의 요청에 따라 스포츠영화나 동영상을 참고하며 2년 이상 공을 들였다.
-관객이 특히 눈여겨봐주길 바라는 장면이 있나.
=액션도 중요하지만 코미디 요소를 많이 넣었다. 한 장면 한 장면 볼 때마다 뒷배경에서 일어나는 코미디도 놓치지 마시라.
-현재 준비 중인 작품이 있다면.
=2015년 개봉예정인 <B.O.O>(Bureau of Otherworldly Operations)에서 촬영팀장을 맡고 있다. 유령이 나오는 영화다. 아직은 스토리 개발 단계라 자세한 내용은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