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생애 마지막 무대 <뜨거운 안녕>
2013-05-29
글 : 이기준

평화롭던 호스피스 병원이 위기에 처했다. 조용하게 여생을 보낼 계획이었던 중병의 환자들이 수개월 연체된 병동 운영비 때문에 하루아침에 보금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하지만 찾아보면 살길은, 아니 편하게 죽을(?) 길은 있는 법. 호스피스 병원의 환자들이 결성한 취미밴드 ‘불사조 밴드’는 대국민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해 병원의 어려운 사정을 알리고 후원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때마침 아이돌 가수 송충의(이홍기)가 폭행사건에 휘말려 사회봉사명령을 받고 병원에 오게 된다. ‘불사조 밴드’ 멤버들은 충의를 설득해 창작곡과 연주 훈련을 부탁한다. 조폭 출신의 뇌종양 환자 무성(마동석), 나이트클럽에서 라이브 연주를 하는 간암 말기의 봉식(임원희), 자원봉사자이자 위암을 앓고 있는 안나(백진희), 시도 때도 없이 도촬을 일삼는 백혈병 소녀 하은(전민서)은 충의와 함께 병원을 구하기 위한 생애 마지막 무대를 준비한다.

남택수 감독의 <뜨거운 안녕>은 <7번방의 선물>로 점화된 ‘한국형 최루 특급’의 맥을 잇는 영화다. 비록 ‘음악’, ‘오디션’, ‘아이돌’ 등의 새로운 최루성분이 첨가되긴 했지만 두 영화는 기획부터 겨냥한 지점이 유사하기 때문에 비슷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실종된 개연성, 다양하지만 피상적인 캐릭터들, 그리고 코미디에서 비극으로의 급작스러운 전환 등은 아랑곳하지 않고 예정된 눈물바다를 향해 나아간다. 때문에 인물들의 죽음을 단순한 소재로 소모해버린다는 인상은 짙지만 관객의 눈물샘만큼은 확실하게 쥐어짠다. 그동안 국내외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홍기는 초반부의 어색함을 딛고 후반부에는 제법 무난하게 극의 흐름을 탄다. 용모는 험상궂지만 어딘지 모르게 쑥스러워하는 눈빛의 마동석은 몸에 딱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무성 역을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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