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mography
<몬스터>(2013), <톱스타>(2013), <국제시장>(2013), <몽타주>(2012), <연가시>(2012), <은교>(2012), <26년>(2012), <퀵>(2011), <화차>(2011), <하녀>(2010), <황해>(2010), <불신지옥>(2009), <해운대>(2009), <국가대표>(2009), <거북이 달린다>(2009), <멋진 하루>(2008), <비스티 보이즈>(2008), <밀양>(2007),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2006), <음란서생>(2006), <사랑니>(2005), <여고괴담4: 목소리>(2005), <왕의 남자>(2005)
우리는 특수효과의 세계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나 액션 영화의 폭파장면을 떠올리기는 쉽지만 사실 특수효과는 영화 곳곳에 숨어 있다. 접점이 없어 보이는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와 <7번방의 선물>, <연애의 온도>와 <몽타주>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비 내리는 장면을 떠올려보자. 비를 내리거나, 연기를 피우거나, 하다못해 샤워부스 안에서 인물에게 물을 뿌리는 것도 특수효과의 범주에 속한다. 최근 <무서운 이야기2>의 세 작품, <절벽> <사고> <444>에 참여한 홍장표 특수효과감독(이하 홍장표 감독)은 국내 특수효과 연출의 대표주자다. <절벽>에선 와이어 액션을, <사고>에선 차량 전복 장면을, <444>에선 인물이 벽 속으로 끌려들어가는 장면을 연출했다. <은교>와 <몽타주>에서도 비슷하게 쓰인 적 있는 차량 전복 장면은 막대한 비용과 수고가 들었다. “일명 ‘다람쥐통’이라 부르는 기계 안을 자동차처럼 세팅하고 배우를 와이어로 단단히 묶어 빙글빙글 돌린다. 그 모습을 고속카메라로 찍으면 우리가 익히 아는 차량 전복 장면이 만들어진다.”
그의 필모그래피 중에서는 뭣보다 <퀵>을 빼놓을 수 없다. <퀵>은 그의 커리어에도 큰 도약이 됐지만 국내 특수효과의 퀄리티를 한 단계 높인 작품이기도 하다. “<쉬리> 이후 국내 영화의 총격전 수준이 높아진 것처럼 <퀵>은 특수효과 장비의 대형화, 원격제어기술의 전문화를 촉발한 작품”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9시 뉴스>에도 나온 강남대로 한복판의 버스 폭파 장면은 “비용으로 보나 스케일로 보나 살 떨리는 현장”이었는데 그를 “전적으로 믿고 기다려준 제작진 덕에” 한번에 오케이가 날 수 있었다. “폭파 버튼을 누르는 순간 터져나온 환호성”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단다.
환희의 순간들만큼 고충도 만만치 않다. 정교하게 계산해야 하는 촬영 타이밍이나 무거운 장비보다도 홍장표 감독을 힘들게 하는 것은 현장에서 시시때때 피어오르는 변수다. “낮밤 가리지 않고 촬영이 진행되다보니 장비를 치고 가는 취객도 있고, 길을 막지 말라고 화내는 분도 많은데 이럴 땐 정말 난감하다.” 사전테스트에 드는 비용과 시간이 넉넉하게 주어지지 않아 스튜디오에서 따로 리허설을 마쳐야 하는 것도,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의뢰하지 않고 중간에 필요한 장면이 생겨 급하게 부르는 경우가 태반”인 것도 문제다. 스탭들이 놓인 환경이 열악하다보니 가능성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홍장표 감독은 “당장 환경을 바꿀 수는 없고, 대신 프리랜서를 충분히 키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스튜디오마다 특기가 있는데 기술을 다루는 일이다보니 서로 노하우를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프리랜서들이 많아지면 팀을 합치고 해체하는 것도 쉬울 테니 오히려 전체적인 특수효과수준이 상향평준화되지 않을까.”
일을 시작한 20년 전부터 지금까지 홍장표 감독의 최대 관심사는 “안전을 엄수하면서도 다양한 시도를 보여줄 수 있는 장비”다. 그가 요사이 준비 중인 비장의 무기는 ‘스파이드캠’이다. 사람이 와이어를 당겨야 했던 문제를 보완하고, 단조롭고 투박했던 기존의 와이어캠 동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현재 그가 참여하고 있는 <톱스타>와 <국제시장>에 스파이드캠으로 촬영한 장면이 삽입됐다고 하니 기다렸다가 극장에서 꼭 눈여겨보자.
스파이드캠
움직일 거리와 액션이 들어갈 위치를 컴퓨터에 입력해 제어할 수 있게 만든 와이어캠이다. 초속 12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비좁은 실내에서도 자유롭고 정확한 움직임이 가능하다. 한국 액션영화의 새로운 장을 열어보이겠다는 홍장표 감독의 야심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