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사진작가이자 다큐멘터리 감독인 레이몽 드파르동은 2010년에 <프랑스>(la France)라는 표제의 사진 전시회를 연다. 그가 수년간 한적한 시골마을을 다니며 찍었던 풍경을 담은 전시회였다. 영화 <프랑스 다이어리>는 이 전시회에서 공개되었던 사진들의 뒷이야기, 그러니까 레이몽이 대형 카메라를 들고 시골 농장, 카페, 이발소 등지를 다니며 사진을 찍는 모습을 기록한다. 노작가가 한곳에 멈춰 서서 빛이 바뀔 때까지 기다리거나 카메라를 덮은 붉은 천을 들어 렌즈를 들여다보고 노출을 계산하는 작업 과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데, 이따금 레이몽이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이고 있어 사진 강의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이 한가로운 여행길 사이사이에 지난 반세기 동안 레이몽이 작업했던 다큐멘터리 클립과 미공개 자료들이 회상처럼 끼어든다. 덕분에 1960년대 초반에 사진작가로서 이력을 시작해 베네수엘라, 아이티, 비아프라 등 분쟁지역을 돌아다니고, 이후 관심사를 다변화시키며 여러 편의 영화를 만들게 된 레이몽의 전기가 화면에 담긴다. 레이몽의 삶이 그의 사적인 일상이 아닌 그가 카메라에 담았던 현장의 기록을 통해 반추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 다이어리>는 20세기 후반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아우르는 한점의 역사적인 콜라주가 되었다. 한가지 특기할 만한 것은 이 콜라주가 완성되는 과정에서 전쟁터, 정치가들의 집무실, 정신병원, 법정, 영화제 레드카펫처럼 다양한 공간을 담은, 때로는 부조리극 같기도 하고 때로는 초현실주의 회화 같은 영상들이 평온한 시골마을 풍광 속에 무리없이 녹아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로써 한 사진작가의 삶이 동시대를 살아간 이들의 삶과 자연스럽게 만나고 또 분기한다. 레이몽과 그의 오랜 동료였던 클로딘 누가레는 우리가 딛고 선 세상에는 수많은 타인들이 존재하고, 그들은 저마다 소박한 사연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간명하게 설득해낸다. 혹자는 영화에 삽입된 기록영상들 속에서 카메라를 둘러싼 윤리적인 고민을 읽고 그 한계를 짚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레이몽의 작품이 적어도 대상을 쉽게 규정하지 않으며, 정치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이전에 그들에 대해 순수한 관심과 존중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하기란 어렵지 않다. <프랑스 다이어리>는 반세기 전, 혹은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각자의 자리에서 나름의 몫을 감당했던 평범한 사람들과 그들이 공유했던 시간들을 경유한다. 그리고 그 여정의 끝에서 결국 현재의 우리를 돌아보도록 만든다. 따뜻하고 긴 여운을 남기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