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현실처럼 느껴지는 환상 <더 이클립스>
2013-06-05
글 : 김태훈 (영화평론가)

마이클(시아란 힌즈)은 고등학교 목공예 교사로 일하면서 매년 아일랜드 코브에서 열리는 문학 축제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아내를 잃은 마이클은 14살, 11살의 딸,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 문학 축제에 다녀온 날 밤 마이클은 아래층에서 유령인지 아니면 환상인지 장인이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본다. 다음날 마이클은 장인이 요양 중인 요양소를 찾아가고 장인은 어젯밤에 죽은 마이클의 부인을 보았다고 한다. 문학 축제 일을 하면서 마이클은 유령을 다룬 소설 <더 이클립스>의 저자 리나(이븐 야일리)를 보좌하게 되고 점차 그녀의 소설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녀와 친해진다.

영화에 가끔씩 등장하는 유령과 환상의 존재는 영화의 극적 전개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영화 전체에 탄력성을 부여한다. 내러티브의 전개도 관객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끌면서 진행되고 유연한 카메라의 움직임은 관객에게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배가한다. 갑작스럽게 등장하는 환상장면도 깜짝 하는 놀라움으로 다가오지만 공포로 밀어붙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툭 던진다. 이렇듯 영화는 긴장감과 서스펜스, 그리고 놀라게 해야 할 부분들을 적절히 배합한다. 유령의 존재가 긴장감과 서스펜스를 만들지만 영화가 초점을 맞추는 곳은 공포가 아니다.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을 상실한 이후 남겨진 자의 삶의 모습과 그 양태에 무게를 싣는다. 꿈이지만 꿈이 아닌, 환상인데 현실처럼 느껴지는 환상도 그 다난한 삶의 양태 중 하나이다.

마이클은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마트에서 장을 보고 개를 산책시킨다. 잔잔한 강물이 흐르듯 영화의 음악도 그 강물처럼 흐르고 해변가에서 산책하는 마이클과 개의 모습은 자연의 모습 속에서 거기 그 자리에 늘 존재했던 것처럼 그대로의 정물이 된다. 정물이 된 그들의 모습은 잔잔하지만 꽤 깊은 여운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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